'중국태풍' 한·일바둑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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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일 일본기원에서 열린 16강전에서 한국은 이창호9단이 일본의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8단에게 1집반승을 거두고, 유창혁9단이 중국의 사오웨이강(邵?剛)9단에게 불계승하며 8강에 올랐으나 믿었던 조훈현9단과 이세돌3단이 중국의 왕레이8단과 창하오9단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세돌3단은 왕위전과 삼성화재배에 이어 큰 대국에서 3연패를 당해 아쉬움을 줬다.

여류 박지은3단도 위빈9단에게 져 도요타·덴소배 16강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1대3으로 지고말았다.

4일 8강전이 속개됐다. 이창호9단은 남미의 페르난도 아길라 아마6단을 가볍게 꺾고 일찍 4강에 올랐다. 나머지는 중국의 독무대였다. 유창혁9단은 중국의 위빈9단과 접전 끝에 4집반 패. 왕레이8단은 일본 1인자 왕리청(王立誠)9단에게 불계승했고 창하오9단도 일본의 왕밍완(王銘琬)9단을 꺾고 4강에 합류했다.

중국은 3명이 6일 벌어질 준결승전에 올라갔고 한국의 이창호9단이 그 속에서 외롭게 분투하는 처지가 됐다. 그동안 한국은 대부분의 세계대회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여왔다. 8강엔 다섯명 정도, 4강전이 되면 두세명이 한국이었다. 외국기사가 다 탈락하고 한국기사만 남을까봐 걱정할 때도 많았다. 한국의 세계대회 17연속 우승은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지난주 삼성화재배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창호9단이 중국의 신예 후야오위(胡耀宇)7단에게 지고 이세돌3단이 노장 차오다위안(曹大元)9단에게 패배하는 등 예상이 속속 빗나갔다. 후야오위는 중국리그에 진출한 이9단에게 첫 패배를 안겨줬던 인물이다.

거센 중국 대륙풍의 중심엔 중국랭킹 1위 창하오9단이 있다. 랭킹3위의 왕레이8단도 부쩍 힘을 내며 삼성화재배와 도요타·덴소배에서 4연승 중이다. 중국의 전력이 탄탄해지면서 반사적으로 한국은 전에 비해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프로세계의 필수품인 '랭킹제'를 도입하고 축구리그를 본뜬 '중국바둑리그'를 만드는 등 중국의 오랜 노력과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일까. 중국리그의 운영권이 8년간 32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민간의 기획력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중국 바둑계의 경영마인드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바둑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총체적 전력에선 아직 한국을 넘어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창의적 기획과 적극적이고 빠른 제도개선에선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 이 점이 결국 중국의 실력을 한단계 높일 것이라는 점을 한국기원은 흘려넘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6일의 준결승전은 이창호9단-위빈9단, 창하오9단-왕레이8단이 맞선다.

박치문 전문기자

'중국 태풍'이 삼성화재배에 이어 도요타·덴소배마저 휩쓸었다. 중국은 창하오(常昊)·위빈(兪斌)9단, 왕레이(王磊)8단 3명이 4강에 올랐고, 한국은 이창호9단이 간신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은 또다시 전원 탈락했다.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에서 8강에 6명이나 올라 크게 바람을 일으킨 중국 바둑이 불과 일주일 만에 일본의 도요타·덴소배(우승상금 약3억원)마저 휩쓸며 한국이 주도하던 세계 바둑계 판도를 바꿔놓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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