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공포의 도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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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런던의 늑대인간(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 1981년작, 감독 존 랜디스 <유니버설> 18세 이상)=늑대인간은 유럽에서 전해 내려오는 환상적 존재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했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인간이 된다. 늑대인간은 초인적 힘을 지닌 탓에 중세 이후 유럽인에게 공포와 선망의 대상으로 군림해왔다. '런던의 늑대인간'에서 주인공은 삼류 포르노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늑대로 변하는 기막힌 상황으로 등장한다. 영국의 황야 지대를 헤매던 데이비드(데이비드 노턴)와 잭(그리핀 던)은 거대한 늑대에게 물린다. 잭은 사망하고 데이비드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런던으로 이송된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늑대로 변하고 인간의 피를 갈망하게 된다.

'런던의 늑대인간'은 코믹 호러영화다. 대사는 썰렁하기 그지없으며 거의 '개그 콘서트' 수준이다. "너, 바람피우지 말랬지 !" "누구시죠?" "어, 내 마누라가 아니네 "라는 식이다.

호러영화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 볼 만하다. 늑대인간으로 변한 데이비드는 극장에서,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행인을 습격해 잔인하게 물어죽인다. 런던 시내는 이 괴상한 동물의 출현으로 지옥으로 돌변한다. 존 랜디스 감독은 흥겨운 음악으로 기억되는 '블루스 브러더스'(1980) 등 주로 컬트 성격이 짙은 대중영화를 만들었다. '런던의 늑대인간'에서 죄의식에 시달리던 데이비드가 죽은 시체들에 둘러싸인 채 그들과 자살 방법을 의논하는 초현실적 장면은 연출자의 기발한 유머감각을 요약한다. 줄리 델피 주연작인 '파리의 늑대인간'(1997)의 원작이다.

<영화평론가·sozin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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