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도 부익부 빈익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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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내 상장사들은 지난 상반기 중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매출이 별로 늘지 않고 소수의 상위 회사들에 이익이 집중되는 등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상장사 중 관리대상기업과 하이닉스 반도체 등 부실이 심각한 회사를 제외한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기업실적 양극화 여전하다'는 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모두 2백50조원으로 지난해(2백45조원)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액은 외환위기 이전(1990~96)에는 연평균 18.2% 증가하다 외환위기 이후 거품이 꺼진 98~2000년에는 절반 수준인 9.1%로 떨어졌고, 2001년부터는 거의 제자리걸음으로 돌아섰다.

반면 이익은 크게 늘었다. 당기순이익이 17조3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80.6%나 늘었다. 금융비용 부담이 줄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기업의 내·외적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의 절반 안팎은 상위 10개 기업이 낸 것이다. 이들 10대 기업은 매출액의 42.9%, 당기순이익의 58.4%를 차지했다.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도 갚을 수 없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다섯개 중 하나꼴로, 외환위기 이전 둘 중 하나꼴이던 데 비하면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전 평균 0.6이였던 데 비해 올 상반기는 0.1로 실적이 나쁜 기업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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