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환서리 청문회 정치권 기류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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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정치권의 기류가 바뀌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장대환(張大煥)국무총리서리 지명 때만 해도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장상(張裳)총리서리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해 물러난 터라 "거푸 낙마시키긴 부담스럽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의혹과 문제점이 불거지자 입장이 바뀌고 있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장상 총리서리보다 내용이 훨씬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도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와 (인준 여부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주 초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장상 총리서리 때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국민들은 두번째 낙마라느니 하는 것엔 관심 없더라"고 말했다. 당에선 "앞으로 청문회까지 1주일이 장대환 총리서리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이 파악한 장대환 총리서리 관련 의혹은 자녀의 강남학군 진학을 위한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언론인으로서 자질 문제, 그리고 불법 대출과 탈세 등이다.

인사청문회 특위 위원인 엄호성(嚴虎聲)의원은 "장대환 총리서리가 사장으로 있던 매일경제가 지난해 '비전 코리아' 사업을 하면서 대기업을 압박해 수십억원의 협찬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매경이 주관한 몇 가지 회의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공식회의에도 채택돼 수천명의 기업인들이 1백여만원의 참가비를 냈는데 외교통상부에 로비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안택수(安澤秀)의원은 "매경 전 사주이자 장대환 총리서리의 장인이 작고하기 2개월 전인 1981년 '매경 주식의 80%를 사회에 환원하라'고 유언했고 이 때문에 국민훈장까지 받았는데 현재 장모 지분이 28.3%"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배경까지도 따진다는 방침이다. 특위는 "DJ(金大中)가 50대 총리서리를 고른 것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낡은 세대로 몰기 위해서"라거나 "정몽준(鄭夢準)의원을 띄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신병풍(新兵風)' 파고를 넘기 위해선 장대환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신당 논의에 밀려 張총리서리에 대한 관심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자질 문제 등을 들어 "소신대로 투표하겠다"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개혁 성향의 의원들 가운데는 "장상 총리서리보다 나은 게 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금 탈루·특혜대출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민을 위한 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마무리할 수 있겠느냐"는 자질론도 나온다.

특히 張총리서리가 이회창 후보의 동생인 회성(會晟)씨와 공동 명의의 별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한나라당이 반대하지 못하도록 그 쪽과 가까운 사람을 지명한 것 아니냐"(金景梓의원)는 것이다.

특위 위원인 함승희(咸承熙)의원은 "장상 총리서리보다 더 문제가 많다면 인준안을 처리해주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정 혼선 등을 이유로 처리해주자는 쪽이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청문회에서 張총리서리가 명확하게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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