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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싱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은행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확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나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과 달리 사업(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내다보고 돈을 대주는 금융방식을 말한다.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만 서면 수십 개 금융기관이 참여해 돈을 댈 수 있어 대형사업의 자금조달에 유리하다.

은행들이 요즘 PF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투자부진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면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자 PF를 대출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사업의 PF 주간사를 맡으면 짭짤한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간 PF시장은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하나은행이 일부 참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 등이 잇따라 PF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아예 PF만 전담하는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투자금융실 김종호 PF팀장은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진 점도 대규모 자금과 전문성이 필요한 PF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PF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업분야도 사회간접자본(SOC) 위주에서 주택금융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교보생명보험과 함께 경기도 부천 상동지구 옛 동아시티백화점을 부동산 투자업체인 로담코아시아가 완공하는 사업에 PF를 지난 6일 주선했다.

이 백화점을 짓는 데 들어가는 1천8백억원 가운데 70%인 1천2백70억원을 삼성생명보험·조흥은행·기업은행·SK생명보험 등 4개 금융기관이 대기로 한 PF계약이다.

국민은행은 주택건설 사업 분야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자금지원 등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맺었다. 지난 6월 말에는 강원도가 추진하는 제1호 민자유치사업인 미시령 터널 건설사업에 1천1백억원의 대출을 주선해주는 계약을 하기도 했다.

서울은행은 지난 상반기 부천·분당·용인·부산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오피스텔 건설에 2천4백79억원을 PF방식으로 투자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말 부산 구덕터널 유료도로 관리권 양도양수사업에 필요한 4백40억원을 LG화재·대한생명 등으로부터 끌어다 주었다. 부산은행은 지난 3월 기업고객기획팀 안에 PF전담팀을 설치했다.

하나은행 투자은행사업본부 윤상준 과장은 "담보나 보증이 없으므로 사업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돈 떼일 위험을 적절히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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