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공통점은 친근감+신비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한국 사회에서 '스타'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시공을 초월해 팬들을 매료하는 스타성의 정체는 무엇인가. 스타의 파워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같은 의문을 품고 지난해 9월 초에 시작한 주철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사진)교수의 스타론, 즉 '스타로지'와 '스타의 향기'가 지난 1일 이성미씨 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이 난을 통해 주교수가 만난 스타는 모두 43명. 최불암·김혜자·한혜숙·김영철·전인화·황신혜·최진실·강수연·이영애씨 등 연기자가 18명,정태춘·심수봉·인순이·최백호·현숙·이소라·윤도현씨 등 가수가 14명이었다.

또 김미화·박경림·박미선·신동엽씨 등 개그계 스타들과 배철수·정은아·유정현씨 등 명 진행자들, 그리고 연극 배우 윤석화씨 등도 등장했다.

왕년의 라디오 스타 이장희씨의 경우는 LA 현지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들을 통해 주교수는 스타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스타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교수가 찾아낸 스타의 속성은 무엇인가.

"재능과 정열·관리,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스타들은 친근감과 신비감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었다. 대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곤란하고 너무 가까이 다가서도 안되는 법이다. 스타는 변신하고 대중은 변심한다. 내가 만난 스타들은 대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체득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스타론이 갖는 문제점은.

"상업주의에 오염된 탓인지 만들어진 스타가 판치고 있다. 스타의 속성엔 '생명력'이 필수다. 스타는 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인생 철학까지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외롭거나 힘겨울 때 스타를 보며 힘과 위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왜 스타론에 천착했나.

"대중문화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고 이는 스타로 집약된다. '스타'는 단어 그대로 별과 유사한 점이 많다. 별의 밝기와 수명은 제각각이다. 화려한 밝기의 별이 있는 반면 묵묵히 우주에 떠 있는 이름 없는 별들도 있다. 천체의 운항 원리와 같이 스타 시스템을 분석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의 현실도 파악해 보고자 했다."

-주교수의 스타론이 칭찬 일변도라는 비판도 있다.

"스타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애썼다. 수없이 명멸하는 연예인들과 달리 한 자리를 지켜온 그들에겐 뭔가 비밀이 있을 듯 싶었다. 그것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취재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심수봉씨의 경우 이전에 소개된 칼럼들을 읽어 본 뒤 '부족한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겸손했다. 원로 배우 최불암씨는 글을 꼼꼼히 읽어 본 뒤 직접 장문의 e-메일을 보내 왔다. 원로 여가수 K씨의 경우, 어렸을 적 흠모했던 이미지가 깨질까봐 내 스스로 만남을 포기했다."

-평소 생각했던 것과 이미지가 달랐던 스타가 있다면.

"강수연씨의 경우는 도도한 이미지를 연상했다. 그러나 만나보니 부담없고 소탈한 성격이라 놀랐다. 탤런트 한혜숙씨는 차갑고 빈틈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누구보다도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했다."

-스타 탐구는 이제 끝난 것인가.

"스타의 본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1막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주연은 아니지만 늘 우리 곁을 지키는 조연들이나 연예계 밖 정치·경제·사회계 스타들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 일단 이번에 연재된 스타론을 모아 조만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주교수는 이달 중순부터 한국 대중문화의 현상을 짚고 비전을 제시하는 문화 칼럼을 본지에 연재한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