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중문화 CEO’ 아이돌 <하> ‘1분 1초가 아깝다’ 아이돌 24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7인조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는 이제 갓 데뷔 한 달째를 맞이했다. 아이돌 가수가 되고자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고, 지난달 9일 마침내 공식 데뷔를 했다. 평범한 10대 소년에서 10대들의 스타로. 꿈만 같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스타의 일상이 만만할 리가 없다.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잠과의 지루한 싸움. 그게 지난 한 달간 인피니트가 풀어야 할 다급한 과제였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압구정동 뷰티숍

2일 오전 5시 30분. 데뷔 이후 스물셋 째 날이 시작됐다. “얘들아 일어나야지.” 매니저 김정렬씨가 일곱 멤버를 하나하나 일으켜 세운다. 늘 그랬듯 이날도 채 세 시간을 못 잤다. 성규(리더)·동우·호야·성열·우현·엘·성종. 10대 후반에 걸쳤거나 갓 스물을 넘긴 멤버들이 부스스 새벽을 맞는다. 이들은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에서 합숙 생활을 한다. 방 3개가 딸린 숙소에서 일곱 멤버와 매니저가 함께 지낸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인피니트입니다.” 눈은 반쯤 감겨있는데도 일제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갓 데뷔한 신인은 인사가 생명력이란 걸 매니저 형들로부터 익히 들었던 터다. 새벽 도로를 달려 압구정동의 한 뷰티숍에 도착했다. 두 시간이 넘도록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멤버들의 머리를 매만지고 메이크업을 했다. 뷰티숍은 멤버들에겐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곳이다. 숍에 도착하자마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잠에 스르르 빠져들었다. 성규가 말했다. “잠에 취해서 숍을 다녀온지조차 모를 때도 있어요.”

# 여의도 KBS TV 스튜디오

데뷔 한 달 만에 아이돌 스타로 떠오른 인피니트. 2일 밤 마지막 일정인 K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왼쪽부터 동우·성열·성종(모자)·호야·엘·성규·우현(V자).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좁은 숙소 생활에 빡빡한 일정. 제 아무리 스타가 좋다 해도 몸이 견녀낼까. 그래도 이들,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에 “무대에만 오르면 피곤함이 싹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긴 그 얼마나 꿈꾸던 순간이었나.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상경했던 전주 출신 성규나 부산의 ‘댄스 신동’ 호야를 비롯해 모든 멤버들이 다들 학교에서 알아주는 ‘꾼’들이었다. 이들은 기획사 관계자 눈에 띄었거나 스스로 공개 오디션에 도전해 인피니트 멤버가 됐다.

‘아이돌 고시’로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은 만큼 어떤 무대든 열심을 낼 수밖에 없다. 오전 9시부터 KBS ‘뮤직뱅크’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카메라 없이 펼쳐진 무대인데도 타이틀곡 ‘다시 돌아와’를 말끔하게 소화해 제작진의 박수를 받았다.

# 여의도 MBC 앞

오전 11시,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 제작팀과의 회의가 시작됐다. 데뷔 이후 첫 예능 프로그램이다. 멤버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동우가 입을 열었다.“우리 음악을 알리려면 예능 프로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뭐든지 열심히 할게요.” 제작진이 멤버들의 장기를 보고 싶다고 했다. 서로 먼저 보여주겠다고 손을 드는 바람에 웃음이 터졌다. 성대모사·춤·노래 등 이른바 ‘개인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성종이 걸그룹 댄스를 선보이자 제작진들 사이에서 “제2의 조권이네” 하는 반응이 나왔다.

# 여의도 MBC 라디오 스튜디오

오후 1시 MBC 라디오 ‘현영의 뮤직파티’에 게스트로 초대됐다. 차 안에서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대신한 뒤였다. 생애 두 번째 라디오 방송인데도 긴장하는 멤버들은 없었다.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로 노래까지 불렀다. 청취자 반응은 뜨거웠다. “노래 잘 하는 실력파 아이돌”이란 실시간 메시지가 스튜디오로 날아들었다. 내친김에 막내 성종이 한마디 했다. “저 초밥이 너무 먹고 싶은데….”

# 여의도 KBS

생방송 ‘뮤직뱅크’ 무대에 오르기 위해 다시 KBS로 왔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방금 전 라디오로 초밥 얘기를 했는데, 소녀 팬들이 KBS 앞에서 초밥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멤버들에게 우루루 달려들더니 “혼자서만 먹으라”며 초밥을 건넸다. 오후 6시 40분 인피니트의 무대가 시작됐다. 객석에는 ‘인피니트 I♥YOU’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50여 명의 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데뷔 한 달만에 치솟은 인기를 실감하는 장면이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이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KBS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를 끝으로 공식 스케줄은 마감했다. 하지만 숙소로 돌아가 또 다시 춤과 노래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니 이날도 새벽 3시 전에 잠들기는 틀려먹었다.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올라선 아이돌 스타, 과연 만만한 자리는 아니다. 더구나 대중음악계 일각에선 “아이돌 때문에 실력파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이들 일곱 젊음은 이미 더 먼 곳을 향해 꿈을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요. 스스로 곡을 쓰고 프로듀서까지 할 수 있는 뮤지션으로 커갈 겁니다.”(성규)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