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대형 '검찰게이트'터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찰이 다시 곤경에 빠졌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불려가게 됐고, 건설업체 쪽과 돈 거래를 했던 김진관 제주지검장이 3일 옷을 벗었다.

거기에 지난해 11월 이용호 게이트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제기된 김대웅 광주고검장의 사법처리 문제도 매듭이 임박했다.

부천시 범박동 재개발 비리사건 등과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의 결과에 따라 또다른 간부의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다.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 축소수사 의혹으로 임휘윤 당시 부산고검장을 포함한 세 명의 간부가 옷을 벗고, 올 초 愼전총장이 사퇴하는 국면까지 몰렸던 소위 '검란(檢)'의 재연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미 예상됐던 사태이긴 하지만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지위나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당시보다 충격과 파장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줄 소환 임박=대검 중수부는 3일 사실상 愼전총장의 소환작업에 들어갔다.

김성환씨로부터 "일본에 체류 중이던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1천2백억원대 무역금융 사기사건에 대한 선처 청탁을 했고, 이에 愼총장(당시 대검 차장)이 '(전부회장이)귀국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는 진술이 나온 이상 그대로 넘어갈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金씨의 측근인 이거성씨가 "金씨로부터 전해들은 愼전총장의 말을 일본에 도피 중이던 이재관씨에게 전했다"고 진술해 金씨 진술의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재관씨는 과거 프로복싱 주니어페더급 동양챔피언을 지냈던 이거성씨가 운영하던 권투도장에 다니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검찰은 아직 愼전총장이 수사 실무진을 접촉해 수사 정보를 직접 얻거나 선처를 부탁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김성환씨로부터 청탁받은 일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愼전총장을 소환하는데까지 다소 시일은 걸릴 수 있다.

중수부는 또 두달 이상 미뤄온 김대웅 고검장 사법처리 문제를 곧 결론짓기로 했다. 내부 방침은 '불구속 기소'쪽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이수동(아태재단 전 이사)씨의 진술에서 대검 수사상황을 金고검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정황이 구체적이어서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진관 지검장 돈 거래 의혹 사건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3일 그가 사퇴하면서 '현직 검사장 소환'이라는 짐을 덜게 된 서울지검 수사팀은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에 대한 수사의 핵심은 범박동 재개발 시행사의 로비스트 김광수씨가 그의 빚 1억원을 대신 갚아준 것이 대가성이 있느냐다.

그 거래가 당시 김광수씨가 추진하던 모종의 이권 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나면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

◇내부 잡음도=사태를 맞은 현 검찰 수뇌부의 방침은 "빠르고 엄격한 수사로 검찰에 대한 불신의 확산과 사법적 권위의 추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이런 분위기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수뇌부가 선명성을 회복하려고 아직 혐의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식구들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일부 시각이다. 특히 愼전총장과 金고검장이 최근까지 검찰 내 최고 실세였고 사실상 특정지역의 대표주자 성격을 유지해와 내부의 지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수뇌부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 일각에선 현재의 사태를 검찰 내 세력 재편과정으로 보는 시각마저 있어 이래저래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