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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내부 권력투쟁, 실제 상황 돼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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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일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이 한 말이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영포목우회’ 논란이 확산되는 걸 지켜보는 여권 내 인사들의 시선은 이처럼 복잡하다.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도 이날 TV 토론회에서 그런 심경을 토로했다. 2008년 초 여권 내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던 정두언 의원은 “2년 전에 문제를 지적했는데 아무로부터도 도움을 못 받고 혼자 외롭게 투쟁하다가 끝내 그 문제를 해결 못한 책임을 느끼고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도 “이번 영포목우회 사건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인사 농단의 몸통을 밝히고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대통령 뒤에 숨어 인사를 농단한 장본인들이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준 국무차장(왼쪽)이 7일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민간인 사찰 등 현안에 대한 정운찬 총리의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권력 내부의 파워게임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친박계 인사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주류 내부의 권력 투쟁”이라며 야당 못지않게 비판적이다. 이성헌 의원은 이날 TV 토론회에서 “민간인 사찰 파문과 영포목우회 문제가 권력 다툼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친박계 초선 의원은 “무슨 일만 생기면 친박 측을 탓하더니 자신들(친이계)은 권력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 지도부는 내부 잡음 단속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영포목우회 사건이 아니라 이인규(공직윤리지원관) 사건”이라며 “정신 나간 사람 몇몇이 오버하다가 벌어진 일로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것도 아니고 권력형 게이트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민간인 사찰 문제를 일으킨 김종익씨는 노사모 핵심 멤버였고 좌파 성향 단체에서 활동해온 사람”이라고도 강조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관련,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즉각 조직 쇄신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쇄신책에는 첫째 지휘보고체계를 명확히 하고, 둘째 탈법적인 운영이 되지 않도록 업무 매뉴얼을 재정비하며, 셋째 연고 중심의 인사를 막을 과감한 인사쇄신안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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