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또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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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는 한국형 최루 영화의 대표격인 '미워도 다시 한번'을 2002년판(사진)으로 새로 내놓은 정소영(74)감독은 기분이 착잡하다. 31일 개봉을 앞두고 터진 주연 배우 '이경영 사건'으로 걱정이 많다.

1988년 '그 마지막 겨울' 이후 14년만의 복귀에다 두 아들이 제작·기획을 맡아 기대가 컸던 정감독이다.

요즘 정감독은 30여년 전을 돌아보곤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가 바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던 것. 그는 "옛날부터 '귀신 붙은 영화'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고 술회했다. 개봉 때마다 구설수에 올랐고 극장가 시선도 부정적이었으나 흥행 성적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예컨대 68년 원작의 경우 준비 당시 "아이가 나와서 징징 짜는 이런 영화가 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해 가을 뚜껑을 열자 서울 관객 1백만명을 동원했다는 것. 당시 서울 인구는 4백만명 정도였다.

69, 70년에 각각 선보였던 시리즈 2,3편의 변수는 날씨였다. 2편 때는 38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고 한다. 영화계는 "이런 날 극장을 누가 나오겠냐, 이제 망했다"고 반응했다. 극장의 에어컨은 생각도 못할 시절이었다. 그러나 60만명의 서울 관객을 기록했다, 3편 때는 혹한이 문제였다. 영화 24도의 강추위가 몰려들었으나 서울 관객 40만명을 동원했다.

정감독은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엔 연출을 고사했다가 두 아들의 열정 때문에 결국 작품을 내놓았으나 다시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났다"고 살짝 웃었다. 예전처럼 '귀신'이 붙으면 혹시 성공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은근한 기대도 내비쳤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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