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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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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감독 : 마이크 미첼
주연 : 벤 애플렉.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
장르 : 코미디
등급 : 12세
홈페이지 : www.xmas2004.co.kr

20자평 : 크리스마스 냄새가 물씬, 그런데 왠지 생뚱맞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고 연말연시가 가까워올수록 마음이 허전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그럴듯한 발상의 산물이다.

광고 회사의 잘나가는 젊은 임원 드루 래덤(벤 애플렉).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한눈에 명품족임을 알아볼 수 있는 여자친구에게 피지행 여행 티켓을 내민다. 그런데 웬걸,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함께 지내야지 무슨 여행이냐고 화를 낸다. 내심 래덤의 집에 초대받아 그의 부모에게 가족임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여자 친구는 떠나고 넓디 넓은 아파트에 혼자 남은 래덤. 크리스마스를 친구들과 보낼 작정으로 전화를 걸지만 모두 가족과 함께할 계획으로 분주하고 래덤은 안중에도 없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던 그는 문득 자신이 자란 옛집을 떠올리고 무작정 그곳으로 향한다. 집주인(제임스 갠돌피니)은 낯선 사람의 출현에 경계심을 품지만 래덤은 오히려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달라고 엉뚱한 부탁을 한다.

집주인의 반응은 물론 "노!". 하지만 래덤이 그 대가로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를 제의하자 곧바로 대답은 "그래, 내 아들아!"로 바뀐다. 그때부터 래덤의 가족으로 연기해야 하는 집주인 부부와 남매. 하기 싫은 눈싸움도 해야 하고 억지 파티도 열어야 한다. 갖가지 해프닝 끝에 래덤은 집주인 딸 앨리샤(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점점 가까워지는데 난데없이 떠났던 여자친구가 가족과 함께 래덤을 찾아온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크리스마스 얘기로 채워졌다. 가족이 있고, 사랑도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가족을 산다는 아이디어는 연말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영화 '굿윌헌팅' '진주만'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벤 애플렉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망가지는 연기를 했다지만 황당함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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