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깜짝 베팅'… 삼성·LG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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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가 보유한 KT의 지분이 완전 매각돼 KT 민영화가 성공리에 이뤄지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17~18일 진행된 정부보유 KT지분 28.37%(8천8백57만주) 공모에서 교환사채(EB)를 제외한 주식으로 매각하는 물량(14.53%)에 대한 청약이 평균 2.37대1로 완료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공모에서 전략적 투자자(기업) 대상으로 배정했던 5%의 지분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상한선인 5%를 청약함으로써 최대 주주로 올라설 전망이다.

<관계기사 36면>

반면 삼성생명·삼성투신운용 등 기관투자가를 통해 1%를 청약했던 삼성은 배분 순위에 밀려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게 됐다. 이는 전략적 투자자 그룹의 주식 배정 순위를 법인·기관투자가(금융기관)의 순서로 정했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자 청약에는 두 기업 외에도 LG전자(1%)·대림산업(0.61%)·기업은행(1%)·효성 컨소시엄(0.95%)이 각각 청약했다.

이 중 법인으로 청약한 SK텔레콤·LG전자·대림산업의 총 청약물량이 5%를 넘었기 때문에 이 3사가 청약물량 비율대로 5% 지분을 나눠 갖게 됐다.

◇최대 주주될 SK텔레콤=5%를 청약한 SK텔레콤이 확보한 지분의 두 배를 배정받을 수 있는 교환사채(EB)를 포함할 경우 약 11%의 지분을 가질 수 있어 KT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SK텔레콤은 KT주식 5% 청약에 대해 ▶KT민영화 이후 지배주주 등장 견제▶KT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이 증시에 쏟아질 경우 발생할 물량부담 문제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신영철 상무는 "청약 결과 SK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10~11%지만 SK는 KT의 지분을 10% 미만만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KT가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지분이 9.27%이기 때문에 상호 견제 차원에서 비슷한 수준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상무는 "5% 청약을 위해 8천4백20억원을 청약준비금으로 이미 냈다"며 "총 10% 미만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약 1조6천억원 가량이 필요한데 이 중 70%는 내부유보금으로 마련했고 30%는 차입했다"고 설명했다.

◇탈락한 삼성=삼성은 겉으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예상치 않은 상황이라 답답하지만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을 중심으로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21일 실권된 교환사채 잔여물량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룹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견제구 던진 LG전자=통신시스템 사업 활성화 명목으로 1%를 청약했던 LG전자는 지분확보에는 성공했지만 교환사채를 합쳐도 총 3%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 사외이사추천권을 얻을 수 없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KT에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KT와의 협력 확대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SK의 풀베팅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정통부는 "특정 기업이 소유와 경영권을 갖지 못하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윤·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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