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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청자·불화… 월드컵 손님 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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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미술 명품들을 실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의 개관 20주년 기념전 '한국미술 명품전'이다(12월31일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39점과 보물 52점 등 1백88점의 명품들이 총출동한 호화찬란한 전시다.

국사교과서에 실린 작품만 봐도 국보 1백38호 가야금관(중학교 상권), 국보 2백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고교 하권), 국보 1백39호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고교 하권), 국보 2백19호 청화백자매죽문호(중학교 하권) 등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전시작 중 미술관에서 대표적 소장품으로 꼽는 것은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국보 1백33호). 고려인들이 세계 최초로 창안한 진사채(辰砂彩:산화구리를 포함한 모래로 고동색을 내는 기법)가 화려하게 장식돼 청자 중에서도 예술성과 호화로움이 단연 뛰어난 명품이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호'(보물 7백87호)는 분청사기 중에서 가장 많은 장식 기법이 들어있는 것으로 유명한 항아리다. 풀·번개·연꽃·물고기 무늬가 철채(산화철 모래를 이용해 검은색을 내는 기법)·상감(표면을 파고 새 흙을 채워넣기)·박지(넓게 긁어내기)·인화(도장으로 무늬 찍기) 등 다양한 장식기법으로 묘사돼 있다. 대담하게 표현한 물고기의 모양도 이채롭고 전체에 담록색의 유약이 곱게 입혀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고려시대 '아미타삼존도'(국보 2백18호)는 아미타여래가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죽은 사람을 지장보살·관음보살과 함께 극락으로 맞아가는 모습을 비단에 그린 채색화.화려한 색상, 정교한 기술, 치밀한 구도로 이름 높은 고려불화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겸재 정선의'금강전도'(국보 2백17호)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그린 특이한 구도로 후배 화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걸작이다. 이밖에 기원전 4세기의 '청동 팔주령'(국보 1백46호·8개의 방울이 붙은 청동제 제사용 딸랑이)에서 18세기'청화백자 죽문각병'(국보 2백58호·청화안료로 대나무를 그려넣은 각이 진 백자 병)에 이르는 다양한 명품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미술관측은 "월드컵 참관을 위해 방한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재들을 엄선해 소개하자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 정문에서 1시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주말에는 한국어·영어·일본어로 한차례씩 전시작품을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요일 휴관. 어른 3천원, 학생 2천원. 031-320-180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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