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고 신설·폐지 교육감 맘대로 못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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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은 다음 달부터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고 등)를 마음대로 폐지하거나 신설을 금지할 수 없게 된다.

현재는 교육감이 특목고 지정·고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새 교육감이 취임하는 다음 달 1일부터는 그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33개 있는 외고는 2015년 6월 말까지 정부가 정한 기준(5년 주기 평가)에 따라 해당 지역 교육감이 성과를 평가해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임기가 4년인 새 교육감이 현행 외고에 손을 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특목고 신설도 교육과정·입학전형 계획 등의 요건이 우수하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교육감의 단독 결정 권한에 제동을 걸어 학교(법인이나 학교장)가 특목고 지정 신청을 하면 시·도별로 신설되는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가 심사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특목고 설립에 반대해온 진보 교육감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가 교육자치를 침해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교과부는 22일 이 같은 고교 체제 개편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25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교과부 구자문 학교제도기획과장은 “학과설치계획을 포함한 특목고 지정 기준을 교육감이 정해 미리 고시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며 “요건을 갖춘 학교에 대해 특목고 지정 거부를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올 하반기 특목고 입시 필기시험 전면 폐지 ▶전·후기(2단계)인 고교 입학 시기 3단계(가·나·다) 시범운영 등의 방안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은 교육자치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당선자는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교육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한 교과부가 법까지 바꾸고 있다”며 “교과부 권한을 교육감에게 대폭 넘기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이번 개정 시행령은 올 1월 입법예고됐으며 진보 교육감을 겨냥해 만든 것이 아니다”고 맞받았다. 

이원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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