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놓쳤나 놔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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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성규 총경의 해외 도피는 자체 단속을 못한 경찰과 뒷북을 친 검찰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최규선씨를 이권 개입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천호영씨가 일찌감치 崔총경을 최규선씨 비호세력으로 지목했는데도 출국금지 조치를 늦게 하는 등 허술한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출국금지 시기 놓친 검찰=千씨는 지난 8일 최규선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최규선씨의 부탁으로 S건설 유모 이사를 조사했고,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의 부탁으로 의약 분업과 관련된 강남의 한 병원 수사 과정에 개입했다"고 崔총경 관련 비리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었다.

검찰은 최규선씨 등 관련자 6명을 초기에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지금까지 25명을 출국금지시켰다. 그러나 崔총경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최규선씨에게 1억원 인사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모경찰서장과 함께 뒤늦게 그를 출금 조치하려다 출국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15일 "단순한 의혹과 소문만으로 요직에 있는 총경급 간부를 출국금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김희완씨는 비슷한 경우인데도 초기에 출국금지 조치가 됐었기 때문이다.

◇안이한 대응 일관한 경찰=그동안 崔총경 문제에 대한 경찰 대응은 지나치게 안이했다는 평가다.

경찰청은 崔총경 출국 다음날인 15일 오전까지도 "오후 6시까지 崔총경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소재지 수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崔총경이 이팔호(八浩)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게까지 연락을 끊은 지 이틀이 지나도록 출국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앞서 경실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崔총경의 청부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오른 뒤에도 경찰청에서는 이 글의 사실 여부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이런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대응이 결국 崔총경의 도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최규선씨 관련 사건은 이미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崔총경의 연락이 끊어진 시기가 휴일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청에서도 요직에 있고, 여러 의혹까지 제기된 그가 장시간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취한 경찰 수뇌부의 태도로서는 경솔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그의 출국을 알고도 일부러 방조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조강수·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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