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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치 줄대기"… 충격의 검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이수동 아태재단 전 이사에게 이용호씨 수사 상황을 알려준 사람이 김대웅 광주고검장으로 확인된 9일 밤 검찰 관계자들은 또다시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신승남(愼承男)전 검찰총장과 임휘윤(任彙潤)전 부산고검장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낙마(馬)한 데 이어 金고검장마저 수사 기밀 누설 혐의로 검찰의 소환 대상이 된 데 대해 실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요직 중 요직인 서울지검장의 신분으로 수사 상황을 알려준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며 "안정되는 듯하던 검찰 조직이 이로 인해 또다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金고검장 사례를 일부 검찰 간부가 정치권 인사에게 줄을 대 왔다는 소문을 사실로 확인해 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괴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수동씨가 입을 연 9일 오후 이명재(明載)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회의실에 긴급히 모여 신속히 수사를 진행키로 결정했다. 金고검장에게는 김종빈(金鍾彬)중수부장이 이수동씨의 진술 내용을 통보했다. 이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네시간 가량 세부 수사 계획을 세운 뒤 입을 다물고 퇴근했다.

이날 오후 9시50분쯤 "金고검장이 수사 상황을 알려줬다"는 이수동씨의 진술을 발표하러 나온 석동현(石東炫)대검 공보관은 시종 어두운 표정으로 준비된 보도자료를 읽어 나갔다.

중요한 수사 결과 발표를 중수부장이나 수사기획관이 하지 않고 공보관이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검찰이 받은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서울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수사 상황 누설이)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이제는 밖에서 검사 신분을 밝히는 것조차 두렵다"며 "검사가 권력 주변을 맴도는 일이 이제는 제발 끝나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잇따라 도마에 오른 검찰 조직의 치부를 이번 기회에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갖추는 계기로 삼자는 자성반 각오반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강수·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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