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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눈물 투혼 정대세, 빠르고 창조적이고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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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브라질과의 경기 직전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정대세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북한-브라질전이 열린 16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44년 만에 월드컵 경기장에 북한 국가가 울려 퍼졌다. 눈시울을 붉힌 채 입장했던 북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 정대세(26·가와사키)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중계 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국가가 울리는 내내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W컾 승리 정대세’라고 직접 쓴 응원판을 들고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이정금씨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오직 공화국 대표가 되고 싶어 축구를 했다. 그리고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이 꿈이었다. 드디어 이 자리에 왔고 꿈이 실현되는 순간 감정이 북받쳤다. 내가 축구를 시작한 뒤 이날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한 대회다. 그런 무대에서 최고팀인 브라질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정대세는 경기 후 ‘왜 울었느냐’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그가 북한 대표팀 유니폼을 입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총련계 민족학교 출신으로 일본인에게 차별을 받을 때 느낀 울분을 축구로 날렸다. 지금도 그는 재일동포에게 사인을 해줄 때 ‘민족혼’을 함께 쓴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조금 전까지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은 투혼으로 승화됐다. 수비에 중점을 둔 북한팀에서 공을 가지고 가장 많은 거리(3900m)를 뛰어다녔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0-2로 지고 있던 후반 44분, 절묘한 헤딩 패스로 지윤남의 추격골을 돕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인상 깊은 월드컵 데뷔전을 마친 그에게 외신의 찬사가 이어졌다. 축구전문 사이트 골닷컴은 “전반 활약은 정말 위협적이었다. 브라질 팬들은 정대세에게 첫 골을 빼앗길까 봐 걱정했을 것이다. 시종 브라질 수비를 괴롭혔다”면서 평점 7.5점을 줬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빠르고, 창조적이고, 강했다. 다음 시즌에 정대세가 유럽에서 뛰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8점을 부여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 도중 “정대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팀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장 취재진의 관심도 온통 정대세에게 쏠렸다. 그는 “정말 힘든 경기였다.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가 골을 넣어 승리로 이끌고자 했는데 그걸 못 해서 마음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치자 외국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일본어와 영어, 그리고 포르투갈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경기장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 포르투갈어를 열심히 연습했다.” 정대세는 이미 수퍼스타급이었다. 요하네스버그=이정찬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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