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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당男 '돈비族' 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사례1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배성봉(32·서울 신사동)씨는 서울 압구정동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센터에 가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짓는다. 배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나를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의 나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인맥 쌓기용 술자리 대신 요가등 운동과 스파를 택했다. 배씨는 "몸 관리에 매달 30만~4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건강과 쾌적한 컨디션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례2

지난 겨울 주말마다 스노 보드와 함께 했던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41·서울 도곡동)는 이번 여름에는 윈드 서핑에 도전할 계획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름난 옷가게를 누비며 쇼핑하는 재미도 즐긴다.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삶의 여유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게 최씨의 신조다.

미 래의 성공보단 지금의 나를 즐기는 당당한 남자들,'돈비(Don't Be=Don't worry, Be Happy)족'이 늘고 있다.

'돈비족'은 안정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일에만 매진하던 예전 남성들과 달리 현재를 중요시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남자들을 뜻한다. 이들은 건강 관리에 열심인 것은 물론 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모 꾸미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시슬리·시세이도·크리니크 등 화장품 회사들은 이런 돈비족을 잡기 위해 남성용 화장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남자는 점잖아야 한다'는 등 전통적인 남자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돈비족'의 출현은 '남성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흔든다. 화장품 브랜드 아베다의 교육담당 차성환 과장은 "요새 남자들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고 앉아 있거나 목욕탕에서 마사지 팩 하는 것을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못지 않게 당당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남성 전용 미용실이 성업 중인 것은 물론 1~2년 전부터 서울 여의도와 신촌 일대에는 남성 전용 피부 관리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돈비족'의 부상은 남성 패션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LG패션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금남(禁男)의 색'이었던 분홍·연두·하늘색 등의 옷이 최근엔 남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인기"라고 말했다. 남들, 특히 상사들 눈치보느라 못 입었던 밝고 튀는 색의 옷을 골라입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여자들이 남자에게서 원하는 덕목이 '성실·책임감' 등에서 '멋·여유' 등으로 바뀐게 이런 현상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마음과 마음 정신과'정혜신 원장(여)은 "이제 여성들이 삶의 멋과 맛을 아는 남자들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려는 남성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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