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서 출제 늘린다지만 … 교과서 충실한 공부가 먼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글=최석호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설명회장에서 만난 학부모 박현미(42·여·서울 대치동)씨는 “수리영역 등이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없었다”며 “최상위권의 경우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지원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주말 서울 곳곳에선 각 입시기관의 대입 설명회가 열렸다. 한 학부모가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와 앞으로의 지원 전략을 살펴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위권 자녀를 둔 한모(45·여·서울 개포동)씨는 “EBS 교재를 활용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교재량이 너무 많아 어떤 문제집으로 어떻게 공부하게 해야 할지 방향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학부모들은 6월 모의고사를 치른 뒤 변별력과 EBS 교재 연계 등으로 인해 수험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모의고사는 전반적으로 지난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이나 문제유형이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부담감이 줄어들고 문제풀이 시간이 단축돼 전체적인 점수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의 숫자를 바꾸거나 지문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실질적인 ‘연계’는 제한적이었다”며 “EBS 교재를 푸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교과서 기본개념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영역, 자료와 보기 활용한 문제 많을 듯

문학과 비문학에선 서로 다른 양상으로 EBS 교재를 연계시켰다. 문학은 현대소설 부문만 지문과 문제내용 일부가 EBS 교재와 연계돼 출제됐다. 나머지 작품들은 작품명만 같았을 뿐 문제 내용은 달랐다. 비문학에선 유사 소재를 활용했다. 인문과 관련한 ‘추론’ 문제와 예술과 관련된 ‘재현’ 문제에서 EBS 교재와 비슷한 소재가 나왔다. 그러나 지문의 세부내용과 문제는 달랐다.

실제 수능에서도 이 같은 출제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BS 교재에 나온 문학 작품을 출제하지만, 지문은 다른 부분에서 나올 전망이다. 비문학의 경우도 EBS 교재와 같은 소재의 문제를 출제하더라도 교재에서 다루지 않은 지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6월 모의고사 언어영역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의 난이도와 유형, 지문의 길이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는 점”이라며 “실제 수능에서도 자료와 보기를 활용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영역, EBS 교재 중요문제 눈여겨 보길

수리영역은 숫자를 바꾸는 정도로 EBS 교재와 유사한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6월 모의고사에서 수리‘가’ ‘나’형 공통문항이었던 주관식 단답형 20번 문제는 수능특강 수리Ⅰ 교재(40쪽 2번)의 문제와 숫자만 바꾼 정도로 같았다. 무한급수에서 수열의 극한값을 구하는 주관식 단답형 21번 문제(수리‘가’ ‘나’ 공통)도 수능특강 수리Ⅰ 교재(78쪽 예제 2번) 문제와 거의 비슷했다. 평가원이 이미 “중요개념을 다루는 문제는 기출문제라 해도 변형해 반복 출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수능에서도 기출문제나 EBS 교재에 나온 중요문제가 숫자만 바꿔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6월 모의평가에서 연계율이 높았던 EBS 수능특강 교재와 파이널 교재의 중요문제를 충분히 풀어보고 관련 개념은 반드시 숙지하라”며 “상위권의 경우엔 변별력이 큰 신유형 문제까지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어영역, 같은 지문 활용해도 유형 바뀔듯

외국어영역도 6월 모의고사 문제의 상당수 지문이 EBS 교재와 연계됐다. 같은 지문을 활용해 문제유형이나 어휘를 바꾸는 형식이었다. 신유형 문제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유형별 문항 수에 변화를 줬다. 지칭추론 문제와 연결사추론 문제가 빠지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빈칸추론 문제가 기존 5문항에서 7문항으로 늘어났다. 선택지도 길어졌다.

수능에서도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의 상당수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체감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빈칸추론과 글의 순서 정하기, 제목추론 문제 등의 고난도 문제를 얼마나 맞히느냐에 따라 점수대가 달라질 전망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조헌섭 출제관리부장은 “빈칸추론 등 고난도 문제는 EBS 교재 외에도 그동안 풀었던 유형별 문제집을 활용해 따로 정리하는 게 좋다”며 “6월 모의고사에서 출제되지 않았던 『EBS 10주 완성』 『EBS 파이널』 『고난도 300제』 등의 문제집까지 풀어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수능에서 EBS 교재와 같은 지문을 활용해도 문제유형은 달라진다. 스스로 문제유형을 변형해 풀어보는 훈련을 하라”고 말했다.

남은 기간 영역별 학습전략

언어영역

최근 언어영역의 고득점 키워드는 ‘보기’를 활용한 문제다. 6월 모의고사에서도 보기가 있는 문제가 22문항 출제됐다. 보기 문제는 해석해야 할 정보가 많고 사고 과정이 복잡해 체감 난이도도 높다. 그러나 비상에듀 이치우 입시평가실장은 “보기 문제는 자주 출제되는 유형과 패턴이 정해져 있어 유형별 풀이법을 익혀두면 고득점을 위한 전략 문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문이나 발문, 선택지에 나오는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풀이 자체가 힘들다. 무작정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자주 나오는 어휘의 기본 개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수리영역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매년 출제되는 유형이 있다. 수열과 극한, 지수와 로그, 행렬 등이다. 청원여고 박문수(수학과) 진학지도부장은 “지수와 로그, 행렬 등은 문제 형태와 숫자만 변형돼 출제된다”며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주 나오는 유형을 익히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중위권은 배점 4점의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대신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고 푸는 연습을 하고, 상위권의 경우 2, 3점짜리 문제를 반복해 풀기보다는 배점 4점의 고난도 문제를 파악해 비슷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게 효과적이다.

외국어영역

실제 수능에서는 EBS 교재 외에서 출제되는 30%의 문제들이 점수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지문이 길어지고 문장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어휘 수준도 높아졌다. 상위권은 좀 더 어렵고 긴 독해 지문을 통해 길고 복잡한 문장, 낯선 소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내야 한다. 중위권 학생들은 6월 모의고사에서 문제 비중이 높아진 빈칸 추론 문제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진학사 김은영 평가위원은 “추론 문항은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 풀면서 문장흐름을 익히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