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전매제한 내놨으니 값 더 내리겠지…" 분양권시장 눈치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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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 아파트분양권 시장이 심한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제한키로 발표한 이후 급매물이 많이 나오고 시장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매수·매도자가 사고 파는 시기만 재고 있을 뿐이다.

매도자는 '법 시행이 확정되지 않았고 새 분양 아파트보다 전매 제한 시기가 짧은 것 아니냐'는 생각에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반면 매수자는 앞으로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으로 물건찾기에 나서지 않아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해 2회차 중도금까지 6개월이 남은 도봉구 창동 아이파크의 경우 2천여가구가 넘는 데도 매물이 별로 없다.

창동 황소공인중개사무소 전인수 사장은 "강북권은 실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전매 제한조치를 소급 적용해도 별로 반응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 LG빌리지(지난해 11월 분양)·대림e-편한세상(올 1월 분양)은 매물이 귀해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

방배동 LG공인 김대성 사장은 "정부 발표 이후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무뎌지고 예전에 없던 물건이 단지 별로 한두 개 나오는 것은 사실이나 값을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관악구 신림동 대우그랜드월드를 거래하고 있는 삼보공인 박규선 사장도 "팔 사람은 값을 내리지 않고, 살 사람은 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입주가 닥쳤거나 중도금을 두 번 이상 낸 분양권은 입주 프리미엄과 전매 제한조치에서 빠진다는 재료로 호가가 강세다. 그러나 값이 많이 올라 거래는 잘 되지 않는다. 입주를 7개월 앞둔 성북구 돈암동 동부센트레빌 33평형은 한 달 전 2억2천만~2억3천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2억4천만원으로 뛰어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웃돈이 많이 붙은 강남권은 분양권 세무조사의 영향이 크다. 강남구 역삼동 금성공인 관계자는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러워 물건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내놓더라도 세금만큼 값을 더 받으려 하기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분양 시기별로 프리미엄이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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