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場 이끄는 기관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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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연일 내놓고 있는 주식을 기관투자가들이 거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일 이후 6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은 모두 5천6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은 2천5백2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기관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기관이 주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빨라진 기관 행보=기관은 지난달 중순 이후 모두 1조5천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중 외국인은 8천5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세상승기였던 1998~99년과 비교하면 기관의 순매수 시기가 앞당겨 진 게 특징이다.

98~99년 당시 기관은 주가지수가 저점 대비 100 이상 올랐다가 조정을 보인 99년 1~2월에도 매도에 치중했다. 당시 외국인은 여전히 순매수 행진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기관은 주가가 또다시 급등했다가 조정을 보인 99년 5월에서야 순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외국인은 1차 상승기를 주도한 뒤 휴식을 취하며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반면, 기관은 이를 틈타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프 참조>

◇장세 전망=전문가들은 트리플 위칭 데이(선물·옵션·개별주식 옵션 동시 만기일, 14일)직후에는 증시가 한차례 흔들리겠지만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신용규 수석연구원은 "지난 7일과 8일 주가지수가 850선 돌파에 실패한 직후 5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지만, 11일이후 반등에 성공했다"며 "이로 인해 추가하락에 대한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었고, 강력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850선을 돌파할 경우 주가는 한단계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도 주식형 수익증권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메리츠투자자문 등 5개 유명 투자자문사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주식형 수익증권을 최근 발매했다. 은행권은 올해 수익증권(채권형+주식형)을 지난해보다 1조4천억원가량 늘어난 15조4천억원어치를 판매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옐로칩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최근 외국인이 삼성전자·국민은행 등 보유비중이 높은 종목을 파는 대신 기관과 함께 옐로칩을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프로그램매수 잔고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채 만기일 직전에도 오히려 증가한 점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외국인이 팔고 있는 와중에 기관도 더이상 적극적으로 증시를 끌고가기 버거운 상황에 조만간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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