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낙하산 인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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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투자기관이 사장을 임명할 때 사장추천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가 하면, 아예 후보 공모를 하지 않는 등 낙하산 인사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사무총장 申澈永)은 5일 "지난해 3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 청구를 해 9개 정부투자기관의 사장 임명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사장추천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장 임명에서 정치적 고려나 상급부처 퇴직자에 대한 배려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의 조사 결과 지난해 3월 이후 새로 사장을 임명한 9개 정부투자기관 중 사장추천위원회가 외부 전문기관에 후보 추천을 의뢰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4개 기관은 외부에 후보 공모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광업진흥공사·농수산물공사·무역공사 등은 사장 임명 과정에서 추천위원회를 단 한 차례만 열었으며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미리 내정된 후보를 형식적인 과정을 거쳐 임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999년 2월 개정된 정부투자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정부투자기관은 사장을 임명할 때 이사회 의결을 통해 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 해당 부처 장관에게 후보를 추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후보 공모·외부기관에 후보추천 의뢰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경실련은 이날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정부투자기관장 임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추천위 구성시 민간위원 과반수 유지▶회의록 작성▶사장 선발 때 공모 등의 의무화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또 "근로복지공단·산업인력관리공단 등 정부 산하기관도 일부 부처만이 훈령을 통해 기관장 후보평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있는 데다 평가위 운영에 대한 근거자료도 없어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정책실장은 "지난해 3월 1차 조사 때에 비해 공기업의 사장 임명 관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며 "현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개혁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 공기업 사장직 임명 과정이 민주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高실장은 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조우현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인천공항공사 사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공사측은 '지난달 28일 후보 접수를 마감해 11명의 응모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인터뷰 등을 실시, 曺후보를 추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닷새 동안 추천위가 얼마나 합리적인 활동을 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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