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송케!”
10일(현지시간) 남아공 최대 일간지 소웨탄의 1면 톱 제목이다. 시송케는 ‘모두 함께’란 뜻의 줄루어(語)다. 11일 열린 월드컵 개막식은 남아공 국민통합의 상징이었다.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걷어내고 민주화를 이룬 남아공이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11일 교통사고로 숨진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의 증손녀 제나니 만델라(13·왼쪽 아래). 사진은 만델라 전 대통령(오른쪽)이 2009년 8월 증손자 템벨라와 제나니·음부소 만델라(왼쪽부터)와 함께 기념촬영한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은 럭비 월드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행사다. 전 세계에서 최소 5억 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공의 국민통합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남아공 국민들은 ‘치안이 불안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남아공에서 어떻게 월드컵을 열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보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의 호텔에는 빈 방이 없다. 초창기 판매가 부진했던 입장권도 98%나 팔렸다. 대니 조던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남아공이 월드컵을 제대로 열지 못할 거라던 미국과 유럽 기자들은 다 어디 갔느냐”고 꼬집었다.
남아공 일각에선 기세를 몰아 2020년 여름올림픽을 케이프타운에 유치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재정적인 이유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스포츠를 통해 국가 화합을 이루고 미래로 나가려는 국민들의 열기가 뜨겁다는 증거다.
이번 월드컵은 남아공뿐 아니라 전 아프리카인들의 자랑이다. 11일 개막식에 ‘아프리칸 식스팩(African Six-Pack)’이란 공연 순서를 준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에 진출한 아프리카 6개국(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알제리·가나·카메룬·남아공)은 전통 문화를 보여주며 아프리카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날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증손녀 제나니 만델라(13)가 11일 새벽 소웨토 올란도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하 콘서트를 보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