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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으로 간 '떴다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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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을 끝낸 포스코 더샾센텀스타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요즘 보기 드물게 인파로 북적거렸다. 일반 수요자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까지 대거 끼어든 때문이다. 결과는 아파트 629가구에 7092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평균 11대 1을 넘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어서인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몰려온 떴다방이 50팀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이 요즘 지방도시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일부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부분적으로 완화(계약 1년 후 가능)되면서 청약시장 분위기가 좋아지자 떴다방이 몰려다니며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곳에서는 이름만 빌려 마구잡이로 청약한 뒤 분양권을 팔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빼앗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 주상복합뿐 아니라 인근에서 분양한 일반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도 떴다방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남구 용호동의 오륙도SK뷰 아파트 모델하우스도 떴다방이 자리 잡았다 세무서의 단속으로 철수했으며, 용호동 LG자이 모델하우스 인근에서는 떴다방 명함이 대거 뿌려졌다.

지난달 말 전남 목포시 남악신도시에서 선보인 대우푸르지오 아파트에는 40~50팀의 수도권 떴다방이 나타났다. 청약 경쟁률이 평균 4대 1이나 됐는데도 초기 계약률은 55%였다.

회사 관계자는 "550여가구 가운데 떴다방 당첨분이 25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실수요자와 회사가 피해를 본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충북 증평에서 540가구를 분양한 한라건설도 평균 청약 경쟁률 2대 1을 웃돌았으나 계약률은 25%에 불과했다. 이 회사 성기대 이사는 "비투기지구여서 일반 가수요도 많았지만 바람만 잡은 떴다방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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