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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육사인상’ 3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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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자랑스런 육사인상’을 받은 장정열 전 병무청장, 홍성태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고(故) 김동수 전 국방과학연구소 본부장의 부인 김종순씨(앞줄 왼쪽부터)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육사 제공]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는 4일 서울 태릉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생도 2기 출신인 장정렬(77) 전 병무청장과 홍성태(육사 14기)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고 김동수(육사 32기) 전 국방과학연구소(ADD) 제5기술본부장에게 ‘자랑스런 육사인상’을 수여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박정희(육사 2기) 전 대통령과 박세직(육사 12기) 전 재향군인회장 등 지난해까지 모두 14명에게 주어졌다.

장 전 청장은 1950년 6월1일 육사의 첫 4년제 생도로 입교했다. 28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그러나 입교 25일 만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화급한 상황에서 장 전 청장 등 생도 2기 333명 전원은 경기도 포천지구 전투에 투입됐다. 이들은 이어 국군과 더불어 낙동강 방어전까지 참전했다. 이 과정에서 동기생 86명이 전사하고 12명은 실종됐다. 생도로서 더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이들은 전시 장교 양성소인 종합학교에 편입돼 교육을 받고 소위로 임관했다. 6·25 전쟁 동안 생도 2기생 가운데 43%가 전사했거나 실종됐다. 이 바람에 육사 졸업생 명단에도 기재되지 못했다. 그래서 ‘비운의 생도 2기’라 불렸다. 하지만, 생존한 생도 2기생은 대한민국을 위해 많은 공을 세웠고 장성 47명을 배출했다.

6·25전쟁 중 소대장에서 중대장까지 거친 장 전 청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각종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3차례나 무공훈장을 받았다. 휴전협정이 이뤄진 이듬해인 54년 그는 미 보병학교에 유학해 수석 졸업했다. 대령 때인 68년 3사단 근무때는 무장공비 29명을 소탕하는 전과도 올렸다. 80년대에는 국군 전력증강을 맡아 계획을 10개의 책자로 발간했다. 병무청장 땐 처음으로 컴퓨터를 도입해 병무업무 전산화로 효율을 높였다.

홍성태 전략문제연구소장은 22년 동안 사비를 털어 연구소를 운영해 국가안보와 전략을 발전시켰다. 육사에서 전사를 공부한 홍 소장은 서울대 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독일군 참모대학에 유학 가서는 1·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를 직접 답사했다. 그런 뒤 사설 안보연구소가 설 땅이 좁은 한국에서 전략문제연구소를 세워 국방실무자와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수시로 현안을 토론하고 보고서를 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 전문가가 군사·안보 문제에 눈을 뜨도록 도왔다.

김동수 전 본부장은 미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부해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8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지상무기 개발에 매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K-9 자주포와 세계 최초의 복합형 소총 K-11을 개발했다. 다목적 헬기 개발과 무인화기술 연구에도 참여했다. 김 전 본부장은 과로로 지난해 8월 순직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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