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대선후 집단지도체제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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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1일 "대통령 선거 후에 집단지도체제를 포함, 당이 지도체제 문제와 관련해 결론을 내면 전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비전을 만드는 당내 기구인 국가혁신위의 제3차 워크숍에서다. 대선 후에는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李총재는 또 "연두기자회견(17일) 때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언급한 게 부정적이거나 거부한 것으로 오해됐다"며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는 시점이 대선 전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李총재는 연두회견 때 "과거 집단지도체제에서 흔히 계파 보스 중심의 정치가 자리잡고, 계파 보스 사이에서 공천과 인사를 나눠먹는 폐단을 봤다"고 말했었다.

李총재의 발언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박근혜(朴槿惠).이부영(李富榮)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비주류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자 한 총재 특보는 "연두회견 후 李총재의 발언이 집단지도체제에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李총재가 '그게 아닌데, 바로잡아야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비주류가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집권했을 때 여당과 국정을 협의할 통로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도 집단지도체제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李총재는 실패할 것으로 보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제외하고, 당권.대권 분리와 집단지도체제 등 비주류가 내건 고리는 다 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혁신위는 조만간 당헌(黨憲)개정 때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하면서 지도체제도 함께 명시키로 합의했다. 지도체제로는 집단지도체제가 1안(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환(金龍煥)혁신위원장은 "당헌으로 세부사항까지 정할 것인지, 아니면 내년 전당대회 때 결정하도록 할 것인지는 결론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청원(徐淸源)혁신위 정치발전분과위원장은 "현행 총재체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는 설명도 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다.

박근혜 부총재는 "집단지도체제를 당장 도입해도 별 부작용이 없는데 대선 후로 미루는 것은 안하자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김덕룡 의원은 "시대 흐름에 언제까지 등 떠밀려만 갈 것이냐"고 비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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