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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을 찾아서] 부산 그랜드호텔 김상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김상철(金相轍.47)총지배인은 매일 호텔 지하 6층부터 지상 22층까지를 다섯바퀴나 돌며 '순시'를 한다.

커피숍에 탁자보.프림통.메뉴판 등이 비뚤어져 있으면 바로잡고 복도에 떨어져 있는 침대보의 보푸라기를 줍는다. 그는 메뉴판 하나가 어긋나 있으면 전 호텔이 흐트러져 있다고 여긴다. 성냥 한 개비가 복도에 떨어져 있으면 전 호텔이 지저분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는 직원들의 얼굴 표정과 분위기도 유심히 살핀다. 얼굴이 무표정하거나 굳어져 있는 직원이 있으면 부드럽게 "얼굴 좀 펴"라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조추첨 때 그의 꼼꼼함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음식재료 유효기간.원산지표시.냉장고 관리상태 등 위생상태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점검, 위생검사 공무원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는 1979년 롯데호텔에 입사했다. 내성적이면서도 치밀한 성격이 호텔일에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호텔업계에 입문한 그는 10년 내에 총지배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식음료 실습생.프론트맨 등 밑바닥 일을 배웠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근무를 밥먹듯 하면서 일을 차근차근 익히는 한편 총지배인 자격증 필기시험을 대비했다.

자투리 시간에 영어단어를 외웠다. 필기시험 5개 과목 중 가장 어렵다는 '관광법규'는 아예 교재를 통채로 외우다시피 했다. 그 결과 88년 33세 최연소로 총지배인 자격증을 땄다.

그는 호텔업계에서 자칭 타칭 '큰 행사 베테랑'으로 통한다. 롯데호텔에 근무하던 79~88년 9년간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국빈 만찬장의 식음료부 캡틴을 맡았다.

"접시를 옮길 때 소리가 나지않게 하는 것은 물론 서빙 웨이터의 눈동자도 일정한 곳을 벗어나면 안됐습니다. 국빈만찬이 있는 날은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예행 연습을 수십번 했습니다. 서빙 때 입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굶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사흘에 한 번꼴로 열린 국빈만찬 서빙을 통해 그는 웨이터의 동선.만찬장 분위기 등 '서빙의 모범'을 철저하게 익혔다.

이 경험은 아스타 총회(82년)와 IBM.IBRD 총회(85년)등 대형 국제 행사 때 식음료부 캡틴을 맡아 행사를 무사히 치러는 밑걸음이 됐다. 서울올림픽 때는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에서 식음료 영업장 지배인 겸 신관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참석자가 1만 명이 넘는 국제 행사도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지난번 월드컵 본선 조추첨 손님 접대도 올해 월드컵 대회를 위한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99년 10월 해운대 지역 특급호텔 총지배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부임한 그는 '토종 총지배인'의 명예를 걸고 외국인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부임하자 마자 여행사를 상대로 활발한 판촉전을 펼치는 한편 회원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0년 그랜드호텔이 부산지역 5개 특급호텔 중 성장률 1위(13.7%)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공격 경영의 고삐를 더욱 당겨 유치한 결혼식이 1백30건이나 돼 전년도 보다 30% 늘었다. 결혼식 수익금(11억원)은 호텔 전체 행사 수익금의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엔 또 전년도 69%이던 객실점유율이 71%로 높아졌다. 이같은 성과를 올리느라 그는 부임한 이후 단 3일밖에 쉬지 못했다.

그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올해에는 해운대그랜드호텔이 '고객에 가장 편안한 호텔'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벌써 호텔의 안전.위생.환경 분야의 기초부터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글=김관종 기자.사진=송봉근 기자

*** 김상철씨는…

▶1979 롯데호텔 입사

▶ 88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식음료 과장

▶ 91 동래관광호텔 총지배인

▶ 97 경상남도 호텔 등급 심사위원

▶ 99 해운대그랜드호텔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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