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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을 찾아서] 부산 메리어트 프랭크 리프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벡스코(BEXCO)에서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가 끝난 지난 2일 밤 10시쯤.

부산 해운대 메리어트 호텔에 한꺼번에 3백여 명의 손님이 밀어닥쳐 저녁을 주문했다.행사가 늦게 끝나 식사를 못한 각국 참가자들이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몰려왔다.주문을 받은 호텔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프랭크 리프만(Frank Liefmann ·53)총지배인이 주방과 홀을 오가며 노련하게 지휘하자 서비스가 원활하게 진행됐다.예약하지 않은 손님이 몰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가 음식 등을 준비시켜 놓았기 때문이다.이 같은 그의 예상은 국제행사의 단체손님 접대를 셀 수 없이 경험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조추첨 기간을 전후해 매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호텔을 지켰다.

새벽에는 긴장의 고삐를 더 당겼다.귀빈들이 새벽에 더러 주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사우디 왕자가 라마단 때문에 새벽 3시에 식사를 주문해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호텔 홍보실 직원들은 요즘 월드컵 조추첨 때 총지배인이 외국 VIP들과 찍은 사진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외국 VIP들이 체크인 할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눴다.

“외국 유명인사와 이야기 하면서 호텔 홍보도 하고 해외의 최신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죠.”

그는 VIP들이 투숙하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객실을 방문,“불편하지 않느냐”며 안부를 물었다.VIP 룸의 청소상태나 음료 ·과일 비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81년 말레이시아 오베로이 임페리얼 호텔 총지배인 시절부터의 그의 습관.

외국 인사들이 떠나간 뒤 그는 “우리 호텔에 투숙한 외국 인사 대부분을 ‘포섭’했다”며 “고객을 왕으로 모시면 보답하기 마련”이라며 평소의 지론을 강조했다.

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그의 능력은 1975 홍콩 쉐라톤호텔 식음료 담당 때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당시 호텔에서 식사를 한번이라도 한 유명 인사를 일일이 찾아가 음식에 대한 평가를 부탁,문제점을 개선해 경영진의 총애를 받았다.이때 그는 ‘세일즈 콜러’와 ‘마당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일만은 꼼꼼하게 한다.일을 대충하다 호통을 맞은 직원이 한둘이 아니다.호통을 칠 때마다 “작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프로”라며 “사소한 실수 하나가 호텔 전체 이미지를 흐려 손님을 떠나가게 한다”고 강조한다.

대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경영진이 직원에게 잘해야 직원이 고객에게 잘한다는 것을 잘 알기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얏트가 메리어트로 바뀌는 과정에서 한때 직원들간에 불거졌던 불협화음도 특유의 조정력으로 화합을 이끌어냈다.

요즘 그는 직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안돼 경영층의 의사가 밑에까지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어떻게 풀어갈까 연구 중 입니다.”

부산에 온 지 1년이 넘은 그는 부산관광산업에 대해 “지하철 노선이 늘어나는 등 관광 인프라는 그런대로 구축되고 있으나 언어의 장벽이 큰 문제”라며 꼬집었다.

그는 “월드컵 조추첨 행사로 부산이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졌다”며 “앞으로 언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국제 관광도시로 남게 될 것”이르고 덧붙였다.

부인과 함께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내년 1월 가족과 함께 미국을 방문,유타주 설원에서 스키를 타며 스트레스를 풀고 유명 호텔을 둘러보며 2002년 완벽한 손님맞이를 위해 재충전할 계획이다.

김관종 기자

*** 프랭크 리프만은…

▶1948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생

▶ 66 독일 맨하임 팔라스트 호텔 수습 시작

▶ 71 스위스 쥬리히 힐튼호텔 입사.마닐라·홍콩·하와이 힐튼 근무

▶ 75 홍콩 쉐라톤호텔 식음료 담당

▶ 78 웨스틴조선서울호텔 식음료 담당,웨스틴조선경주호텔 부총지배인

▶ 81 싱가포르 오베로이 임페리얼호텔 ·스리랑카 오베로이호텔 레지던트 매니저

▶ 86 말레이시아 쿠안탄 라마다비치리조트 총지배인 ·홍콩 라마다비치호텔 총지배인

▶ 89 로스앤젤레스 JW메리어트호텔 레지던트 매니저

▶ 94 자카르타와 콸라룸푸르 파크프라자호텔 부사장.

▶ 98 베트남 호치민 뉴월드호텔과 르네상스호텔 총지배인 겸임

▶ 2000.11월 부산 메리어트호텔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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