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본 세상, 그 새로운 매력을 담아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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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작가 강미경씨는 주로 일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날도 일산호수공원 곳곳을 촬영했다.

눈과 마음, 카메라 렌즈가 하나 되는 순간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같은 풍경도, 사람도 달라 보인다. 사진의 매력이 이런 데 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강미경(48·일산서구 주엽동)씨는 렌즈로 바라본 일산의 매력에 푹 빠져 6년째 지역 곳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일산호수공원에 반해 사진 시작
지난 17일, 일산호수공원. 강씨는 이 날도 호수공원 곳곳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2004년 고양시로 이사 온 그는 가족들과 산책을 하다 호수공원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진을 시작하게 됐다. 강씨는 “호수를 비롯해 인공분수 대·장미원·선인장 전시관·메타쉐콰이어길 등 호수공원의 곳곳이 나의 감성을 일깨웠다”고 회상했다. 늘 사진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온 강씨는 그 길로 구청에서 여는 무료 사진 강좌에 등록했다.

집안 구석에서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카메라를 찾아 들고갔다. 지루할 것 같던 이론 수업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중고지만 필름 카메라도 구입했다.

필름 현상비용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무렵, 열심히 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봤던 남편이 DSLR카메라를 선물했다. 새 카메라를 들고 고양시 곳곳을 신나게 누볐다. 공모전에 출품 해 입상도 여러번 했다. 강씨가 좋아 하는 사진 스타일은 ‘느낌이 좋은’ 사진이다. 그 중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풍경 사진을 즐겨 찍는다.

연구회 회원들과 매년 전시회 열어
강씨는 요즘 ‘바다’를 주제로 사진을 찍고 있다. 11월에 열릴 전시회 준비를 위해서다. 그가 속한 ‘고양사진연구회’는 매년 11월 한 가지 주제로 고양 아람누리에서 사진 전시회를 연다. 회원들은 각자 2~3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강씨는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이 사진은 마치 그림 같아’라고 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는 공모전 출품보다는 전시회 출품을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전시회를 위해 강씨와 회원들은 1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한다. 매달 1차례씩 출사(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떠나는 나들이)를 떠나고, 적어도 매주 한번씩은 시간이 맞는 회원들끼리 만나 사진촬영을 같이 한다.

때론 혼자 카메라를 들고 원당 종마 목장·임진각 평화누리·서오능·농협기술센터 내 비닐하우스 등 지역에 숨어 있는 비경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는 소박한 개인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환갑이나 칠순 때, 내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가족·지인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곧잘 “좋은 작품은 해가 뜨고 지는 순간처럼 남들이 자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강씨는 가끔 연구회 회원들과 무박2일의 출사를 나선다. 주부가 여행을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대학생 아들·딸은 ‘멋지다’는 말로 엄마를 응원한다. 기계를 좋아하는 남편은 렌즈 등 카메라 부속품을 살 때마다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그의 작품활동을 돕는다. 친척들 사이에서 강씨는 유명 사진작가 못지않는 대접을 받는다. 중요한 가족 행사 때 마다 친척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쏟아진다. 그들은 강씨가 촬영한 사진을 보고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낸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힘
강씨는 사진을 찍고 싶지만 기계 다루는 것이 두렵거나,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주저하는 주부들을 흔히 본다며 이들에게 일단 도전해 볼 것을 권했다. 사진을 찍다 보면 똑같은 풍경과 사물도 다르게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평범한 장미 꽃 한 송이라도 작가 개개인의 감성이 더해지면 특별한 작품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그에게 사진의 의미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생활 속 비타민이자 활력소죠.”

[사진설명] (위쪽부터) 1. 지난해 고양사진연구회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 ‘자유’. 2. 5월 일산호수공원에서 촬영한 작품 ‘꿈을 꾸듯’.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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