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지킴이] 환경운동협회 박응준 조사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시내 대기오염과 소음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서울시는 내년 월드컵 경기장 주변환경에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박웅준(朴雄俊.37)조사팀장. 그는 입시 추위가 몰아 닥친 지난달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3백리 도보 환경탐험'을 현장에서 이끌었다. 낮에는 서울의 대기.수질오염과 소음을 조사하고 밤이면 지하철역.학교.공원에서 노숙하며 행사를 계속했다. 조사대원 5명은 텐트도 없이 침낭으로 추위를 이겨냈다.

朴씨는 지난 5일 "서울시내에서 측정한 발암물질인 벤젠 농도는 유럽연합(EU)의 권고기준의 3.6배에 이르렀다"며 "서울시내 65곳에서 측정한 도로 소음 역시 대부분 도로변 상업지역 기준치인 70데시벨(㏈)을 초과하고 있었다"고 발로 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단체 회원들에게 朴씨는 서울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에 두 차례 올라가 시위를 벌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4년 이순신장군 동상에 가스 마스크를 씌우는 시위를 통해 서울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경고했다. 또 지난 5월엔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이순신장군 동상에 올라가 '내가 지킨 바다를 죽이지 말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1백86㎝의 훤칠한 키 덕분에 높이 6m의 동상에 오를 수 있었던 그는 시위 후 극렬시위자로 분류돼 벌금을 물었다.

91년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 시절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던 朴씨는 94년이후 암벽등반.패러글라이딩.스킨스쿠버 등 고난도(高難度) 시위만을 전담하는 녹색행동대 '생명의 빛'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시위 도중 안전사고를 막고 시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특이한 시위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그린피스의 시위 매뉴얼을 구해 연구한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