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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 2TV 드라마시티 '동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연전에 상영됐던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 센스'는 마지막 3분간의 반전이 빼어난 영화였다. 아동 심리학자였던 브루스 윌리스가 결국은 죽은 이의 영혼이었다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그 막판의 묘수 하나로 시들하던 영화가 갑자기 생기를 얻을 수 있었다. 최후에 그려 넣은 눈 하나가 용을 승천시켰다는 고사(화룡점정.畵龍點睛)는 이를 두고 일컫는다고 해도 좋을만 했다.

반면 2일 방영된 드라마시티의 '동행'(KBS2 밤 10시 40분.연출 전기상)은 엉성하게 구사된 반전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철로에 놓인 작은 돌 하나로 기차가 탈선되듯이, 치밀하지 못한 반전이 잘 굴러가던 드라마를 구겨버린 것이다.

빗길을 달리던 승용차가 미끄러져 뒤집어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차 안에 타고 있던 남녀는 일산의 같은 아파트 촌에 사는 유부남.유부녀. 자연스럽게 '불륜'관계를 떠올리지만 경민(김승환)과 동희(최수린)는 자신들의 배우자가 그럴 리가 없다며 철석같이 믿는다.

그러나 사고 현장(울진)으로 가는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배우자에 대한 의심의 켜를 쌓아간다. 급기야 동희는 여자에 대한 질투심으로 그녀를 교살하는 환상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자 경민의 여동생이 전말을 밝힌다. 돈이 필요해 올케를 급히 불렀고 일산으로 돌아갈 차가 없던 올케는 마침 낚시를 하러 왔던 남자(동희의 남편)의 차를 얻어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는 거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배우자의 행각에 의심을 품도록 하기 위해 설치했던 드라마적 장치들과는 어긋난다. 금실 좋은 부부인데 아내에게 출장간다고 속이며 낚시를 갈 수가 있을까, 공동으로 사용하던 통장의 비밀번호를 남편은 왜 갑자기 바꾸었는지 등이 납득되지 않는 것이다.

'동행'은 부부란 신뢰와 사랑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걸 메시지로 삼았다. 그러나 개연성 없는 상황 설정으로 그런 주제의식은 설득력있게 전달되지 못했다. 드라마란 그럴 법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말을 걸고 설복하는 것 아닌가.

헬기까지 동원해 찍은 동적인 화면, 차창 밖으로 스치는 녹색 풍광,동희에게 피어오르는 의혹의 안개처럼 시야를 방해하는 차창의 빗물. 이처럼 돋보이는 이미지 처리와 최수린의 애절한 심리 연기가 스토리의 결점에 묻힌 것 같아 안타깝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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