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무구조 개선 대상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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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채권단과 약정(MOU)을 맺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현대에 돈을 많이 빌려준 산업은행·신한은행·농협은 지난 주말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대가 약정 대상에 선정된 것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565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그룹의 재무구조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8년 196%에서 지난해 284%로 높아졌다. 익명을 원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올 1분기 소폭 흑자를 냈지만 아직도 금융비용 부담이 큰 편이라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이외에 성동조선과 SPP(조선)도 약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은 조만간 약정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 금호·한진·동부·애경·유진·대한전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대상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는 현대 등 9개 그룹이 채권단과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은행들은 9개 그룹과 자산매각, 자본유치, 인력 구조조정 등 구체적인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협의해 이달 말까지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들은 “해운 경기가 나아져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약정 대상에 넣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상선의 주가는 약정 대상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에도 전날보다 200원 오른 2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원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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