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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을 찾아서] '파라다이스' 양 베르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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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이 1년도 채 남지 않으면서 부산 ·울산 ·경남의 호텔마다 특수를 겨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손님맞이 채비에 나서고 있다.

벌써 부산의 호텔들은 12월 1일 부산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하는 손님을 맞느라 눈코뜰새 없다.국제행사 손님 맞이를 총지휘하는 지역의 특급호텔 지배인을 찾아 그들의 서비스 정신과 삶에 대해 들어본다.

22일 오전 7시30분 파라다이스 호텔 신관 18층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유난히 키 큰 한 외국인이 아침 식사를 하는 고객 사이를 오가며 간밤에 불편한 점이 없었는지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 호텔 ‘양 베르뎅(Jan Verduyn ·43) 총지배인은 지난 2월 부임한 이후 이런 ‘문안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이 곳에서 아침식사를 한 그는 오전 9시쯤부터 영업장을 돌며 현장에서 회의를 한다.자신의 방 옆에 큰 회의실이 있지만 15명의 팀장을 영업장에 소집,서서 회의를 한다.

회의시간 영업장의 문제점을 꼬집어 내며 고치도록 한다.지하 주차장,물 정화시설 등 실외라고 회의장소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그는 “현장 회의가 호텔 곳곳을 점검할 수 있고 팀장들에게도 다른 사업장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아침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는 쉴 틈이 없다.

12월 1일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 공식호텔로 지정돼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FIFA 본부를 설치하기 위해 12층과 14층의 60여 곳의 객실을 비워 사무실로 만들고 있으며 프레스룸도 준비하고 있다.또 조추첨 행사 공식 스폰서 업체의 제품 외는 상표를 가리는 작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특히 FIFA회장단과 사무국 직원 등이 22일부터 12월3일까지 객실 2천8백 개를 사용하기로 예약돼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상황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기 일쑤다.그는 특히 직원들에게 월드컵 손님에게 절대 ‘아니오’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교육하고 있다.이 교육은 그가 부임한 이후 직원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강조하고 있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요구라도 ‘어렵다’는 내색을 하지 말고 상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해결해주라는 것이다.그는 ’졸병‘시절부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철저하게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명성을 날렸다.“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아무리 어려운 문제고 반드시 해결책이 있게 마련이죠.”

그가 파라다이스 총지배인으로 발탁된데도 이 같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서비스 정신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는 올해 초 파라다이스 총지배인 공모에서 ‘헤드헌트사’로부터 10여 명과 함께 추천된 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낙점됐다.

98년 힐튼 하노이 호텔의 개관을 총지휘할 때와 99년 벨기에 로열 윈저 호텔(브뤼셀)의 총지배인으로 일하면서도 이 같은 적극성은 빛을 발했다.

그는 호텔에서 일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1970년 벨기에 떼르 뒤낭 호텔학교를 진학,72년 졸업했다. 그리고 웨이터 ·창고관리 ·주방청소 등 호텔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일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일감을 주는 선배가 고마웠습니다.”

그는 시키는 일 외에 스스로 일을 찾아 열심히 일했다.호텔업계에서 일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78년 벨기에 브뤼셀 힐튼호텔이 그를 식음료 실무책임자로 발탁했다.그 곳에서 18년 동안 자재·식음료 등 호텔의 거의 모든 부문 책임자로 일한 그는 95년 스리랑카 콜롬보 힐튼호텔 총지배인이 되면서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해운대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관광지입니다.”

해운대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간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해운대를 쏘아 다니는 그는 한국 사람에 대해 쓴 소리도 자주 한다.

“앞서가던 사람이 사무실에 먼저 들어간 뒤 문을 닫아 버려 황당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사소한 일이지만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는 또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하게 표현하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고 오해할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자주 만나고 보니 정이 많더라”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1백88㎝의 키에 콧수염을 기르고 서글서글한 눈매에 호탕하게 웃는 베르뎅 총지배인은 호텔 직원들 사이에 ‘양씨 아저씨’로 통한다.

벨기에에 부인과 아들 ·딸을 두고 있는 그는 짬을 내 스쿼시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송봉근 기자

*** 파라다이스 양 베르뎅 총지배인은

▶1957년 벨기에 태생

▶ 72년 벨기에 '떼르 뒤낭(Ter Duinen)' 호텔 학교 졸업

▶ 72∼78년 호텔 수습 (식음료 ·주방 ·리셉션 부문 등)

▶ 78∼84년 벨기에 브뤼셀 힐튼호텔 식음료 ·회계 ·자재관리 등 실무 책임자

▶ 86∼97년 힐튼 식음료 ·호텔경영 총지배인 양성과정 등 수료

▶ 95∼96년 스리랑카 콜롬보 힐튼호텔 부총지배인

▶ 96∼98년 카메룬 힐튼호텔 총지배인

▶ 98∼99년 베트남 하노이 오페라 힐튼 호텔 총지배인

▶ 99∼2000년 벨기에 브뤼셀 로얄 윈저 호텔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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