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부모의 또 다른 이름, 스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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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스승이란 무엇인가?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과연 제자들을 잘 가르치고 있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는지 반추하게 되는 5월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알려주고 있는지, 정글 속을 헤쳐갈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지, 또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함께 일할 자세를 가르치고 있는지….

한 리크루팅 업체가 직장인 843명에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의 부족한 점을 물었는데, 예상대로 ‘업무에 대한 기본지식’(52%)이 1순위로 꼽혔다고 한다. 역동적인 기업 현장의 진화 속도를 대학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터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중 놀라웠던 점은 ‘예의범절’(49.5%)과 ‘의사소통 능력’(43.3%)이 상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과 능력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이 아니던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인재사관학교로 불리는 GE 아시아의 니나 당크포트 네벨 인재육성 책임자는 업무 실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동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직원은 리더로 양성하지 않는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사회성이라 하겠다. 사회성은 짧은 순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또한 교과서 암기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가족과의 식사 대화 속에서, 어머니가 세탁소에 맡긴 아버지 양복을 찾아오는 심부름을 제대로 못하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또는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토라져 절교하고는 쉬는 시간 떡볶이 한 접시에 다시 친구가 되는 소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대인관계 능력이 양성된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사회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이 현실은 누구의 책임인가? 사회적 능력을 가르칠 스승은 누구인가?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옳은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 스승이니,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의 교사뿐만 아니라 부모와 직장선배도 스승이다. 학교의 선생들도 반성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인생에서 가장 큰 스승인 부모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사회성의 부족은 가정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의 행복과 성공이리라. 다만, 좋은 성적표와 일류 대학이 성공과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자식의 앞날을 그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야 한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지식은 많지만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해 사회에서 홀대를 받는다면 그것이 과연 자식의 행복한 삶일까? 지식에 앞서 남과 어울려 지내는 인간이 되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할 일이다.

며칠 전 TV에서 본 한 공익광고의 문구가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을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스승의 날,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이 누군가의 진정한 스승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성영신 고려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