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절방지 교육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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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지금까지 우리 과학계의 노력을 한순간에 구렁텅이로 빠뜨린 일이 벌어졌다.

미국 전기.전자학회 산하 통신학회지 '커뮤니케이션스 매거진'11월호는 한국 교수 세명이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이 캐나다 빅토리아대 매닝 교수 등 외국 교수 세명의 논문을 상당수 그대로 베낀 사실을 공표하고 白모 교수 등 두명의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 게재를 하지 않은 제1연구자 朴모 교수도 표절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표절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될 수밖에 없는 인터넷 시대에서 남이 고심 끝에 개발한 도형 모형까지 그대로 베꼈다는 것은 도덕성 차원을 넘는 '지식 범죄'에 해당된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이번 논문 표절 문제는 우리 학계의 도덕성이 얼마나 땅에 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에서 표절의 씨앗이 자라온 것은 오래됐다. 저자의 이름만 다를 뿐 외국 교재와 비슷비슷한 대학 교재들,제자의 연구를 자신의 독창적 연구로 탈바꿈시켜도 잠자코 있는 것이'미덕'인 풍토 속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어떻게 나올 수 있겠는가.

남의 독창성을 훔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이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미국의 각급 학교에서는 표절을 가장 중대한 징계 사유로 삼아 학생이 제출한 에세이나 논문에 표절이 있으면 과목 낙제를 주거나 심한 경우 퇴학까지 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표절인지조차 가르치는 곳이 없다. 또 명백한 표절을 해도 학계나 대학에서 아무런 징계도 없이 세월이 지나면 묻혀 버리는 풍토가 표절을 조장하고 있다.

지금은 클릭만으로 표절이 가능한 인터넷 시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제2, 제3의 '표절 망신'을 안 당하려면 각급 학교에서 표절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한 벌칙으로 다스리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표절한 연구자에 대한 엄한 징계가 대학에서 제도화해야 더 이상 '표절 범죄'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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