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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홍콩 '수지金 피살사건' 남편 살인혐의 기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987년 1월 홍콩에서 남편을 북한으로 납치하려다 실패했다는 국가안전기획부의 발표 뒤 현지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던 수지 金(한국명 金玉分.당시 34세.사진)은 북한 공작원이 아니며 남편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은 13일 이같은 金씨 피살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金씨의 전 남편 윤태식(尹泰植.43.벤처기업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尹씨가 金씨를 살해한 뒤 귀국할 때 안기부가 기자회견을 주선했고 尹씨를 살인용의자로 지목한 홍콩경찰의 신병인도 요구를 안기부가 거절한 것으로 확인돼 수지 金 사건을 안기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수지 金 사건=안기부는 87년 1월 9일 "북한이 미모의 조총련계 공작원 수지 金을 내세워 홍콩 주재 상사원 尹씨를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납북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7일 뒤인 1월 26일 홍콩 언론들은 金씨가 尹씨와 함께 살던 홍콩의 한 아파트 침대 밑에서 시체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 수사 경위 및 배경=서울지검은 지난해 3월 金씨 오빠가 "동생은 북한 공작원이 아니며 尹씨가 동생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소장을 접수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홍콩 경찰의 수사기록을 분석한 끝에 金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87년 1월3일을 전후한 尹씨 행적에 의문점이 많은 등 각종 정황증거로 미루어 尹씨가 金씨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尹씨는 성격차이와 돈 문제로 金씨와 다투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통해 월북하려다 실패한 뒤 납북 자작극을 꾸몄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4일 尹씨를 긴급 체포한 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또 공소시효 15년 만료를 불과 50일 앞둔 13일 尹씨를 기소했다.

◇ 검찰 수사 결과와 尹씨측 반론=검찰은 "살인혐의에 대해 尹씨가 '아내를 밀었는데 잘못해 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尹씨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尹씨의 행위는 공소시효가 7년인 폭행치사죄에 해당돼 처벌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尹씨측 金모 변호사는 "당시 안기부 조사 결과 결백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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