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선영 '새로운 맛'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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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몸에 군살을 만드는 이 잡다한 음식물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 마음은 내 몸을 무겁다 하고

내 몸은 내 마음을 무겁다 한다

이들의 교전 속에서

나의 눈은 누군가 필름을 돌려 주는 화면처럼 나의 삶을 바라본다

나의 귀는 누군가 불러 주는 노래처럼 나의 삶을 듣는다

-이선영(1964~ ) '새로운 맛'중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중에서 패션모델.무용가들은 결사적으로 체중을 줄인다. 회덥밥을 먹을 때도 야채만 건져 먹는다. 인사동 골목 밥집 앞에서 만난 이선영씨의 소매없는 블라우스 어깨가 반질반질 미끄럽다. 마음이 몸을 무겁다 하고, 몸이 마음을 무겁다 하는 싸움이 안보였다. 청하출판사에 교정 보러 갔던 20년 전과 같다. 필름 속 처녀 때 그를 그가 아닌 남같은 삶을 본다. 노래처럼 그가 아닌 남이 삶을 듣는다. 온세상이 다이어트 중인데 식탁을 군말 없이 받아먹는 경계가 무너진다.

천상병 말투로 "괜찮다 다 괜찮다, 아직 이쁘다 이뻐…".

김영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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