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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수능 부정] 치밀했던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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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은 휴대전화 메시지에 주관식의 경우 '주', 수리영역의 경우 '수리'라는 식으로 다양한 약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제출받은 부정행위 혐의자들의 통신 자료를 통해서다.

문자 메시지에 숫자를 찍어 답을 보낼 수 있는 객관식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을 풀어써야 하는 주관식 문제도 미리 약속된 표기와 용어로 답을 보냈다는 사실은 이들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시험 부정에 연루된 40여명의 수험생들은 미리 유형별.영역별로 각자 잘하는 부분을 풀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답을 주고 받기로 했다. 우선 수험장 밖에 대기 중인 후배 20명에게 답을 보내면 후배들이 문제별로 가장 응답률이 높은 답을 추려 정리했다.

예를 들어 A문제에 답이 ①번과 ②번으로 엇갈릴 경우 어느 답을 더 많이 보내왔느냐로 답을 다시 추린 것이다. 그 뒤 이를 역시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이었다.

종전에 우등생 한두명의 답안을 그대로 중계하던 방식에 비해 훨씬 조직적인 방법인 셈이다.

이들은 또 폴더형 휴대전화는 조작이 불편하고 눈에 뜨일 염려가 있어 미리 덮개가 없는 구형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사실 수능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이용한 '첨단' 부정행위 수법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었다. 각종 입시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수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대표적인 수법은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 A가 부정행위에 가담해 고사장 외부에 있는 중계자 B에게 전달하고, 이 중계자가 다른 수험생 C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결국 C수험생은 A수험생과 같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의 동보 전송 기능을 이용해 최대 200명에게 정답 메시지를 동시에 보낼 수 있다.

카메라폰을 이용한 부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답을 받아야 하는 수험생은 카메라폰을 팔뚝 등에 몰래 차고 고사장에 들어가 감독관의 눈을 피해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읽고 답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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