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사외이사 연봉 6600만원 톱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사외이사의 상세한 보수 내용이 처음 공개됐다. 그동안 사외이사의 보수 내용은 등기이사들과 함께 총액으로 표시되거나 수당 등이 빠진 채 공시돼 왔다.

각 금융회사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급할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해 사외이사의 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66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4.8% 인상된 것이다. 2위는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로 6356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곳은 SC제일은행으로 1인당 평균 1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서 사외이사 구성에 변화가 생겼고, 그에 따라 올해 보수 평균치가 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1인당 평균 보수가 가장 낮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4400만원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보수는 대개 1인당 5000만원대였다.

◆복지혜택, KB가 최고=급여 이외의 복지 혜택이 가장 많은 곳은 KB금융지주였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에게 건강검진을 해줬고, 필요 시 차량지원을 했다고 공시했다. 사외이사에게 차량을 지원한 곳은 KB금융뿐이다.

일정 기간 지난 후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를 사외이사에게 부여했던 곳은 KB금융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3곳이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3월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에게 스톡그랜트로 3090주를 부여했다. 임기가 3년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1030주를 준 것이다. 사외이사는 퇴임 후 3개월 안에 이를 행사할 수 있다. KB금융의 주가가 3일 기준으로 5만4700원인 것을 감안할 때 기존 사외이사들은 보수 외에도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지난해 보수와 합하면 전체 급여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익명을 원한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초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새로 선출된 사외이사에겐 스톡그랜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회사인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사외이사들에게 스톡그랜트로 1인당 950주를 부여했다. 지주회사보다는 규모가 작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3월 외부 전문가인 사외이사 4명에게 1인당 스톡그랜트 1000주를 지급했다. 3년 후 행사하는 조건이다.

◆예보 사외이사에도 수당=이번 공시에선 사외이사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 사외이사들에게 가장 많은 수당을 지급한 곳은 신한지주로, 1인당 평균 2150만원에 달했다. KB금융은 1인당 평균 1500만원이었다.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 직원을 포함한 사외이사에게 지난해 평균 1057만원의 수당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57%를 보유한 대주주다. 예보의 직원이 우리금융의 이사회·간담회 등에 참석할 때마다 교통비 명목으로 50만원씩 받아갔다는 것이다. 자회사인 우리은행도 예보 직원을 포함한 사외이사에게 지난해 1인당 평균 92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현재 예보는 부장급에게 우리금융·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기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고, 공적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경영활동을 감시한다는 취지다. 예보 직원이라는 직책상 당연히 맡아야 하는 ‘당연직’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금융이 사외이사에게 주는 월 350만원의 기본급을 예보 소속 사외이사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회의 참가 수당은 다른 사외이사와 똑같이 받는다. 익명을 원한 예보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나간 직원들은 지난해 월 1회 정도 회의에 참석했다”며 “거마비로 소액을 받는 건 공사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배·한애란 기자

◆스톡 그랜트(stock grant)=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쓰는 인센티브 제도의 하나다.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 옵션(stock option)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보상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스톡 옵션과 같지만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식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