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이번엔 북한에 따끔한 일침 놓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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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천안함 사건 와중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묘한 타이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천안함 사건을 논의한 뒤 불과 4일 만이다. 이에 대해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실망을 표시하면서 중국이 김정일에게 우리의 분노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발언처럼 한국인들은 왜 하필 지금 중국이 그를 받아들이는지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은 불의의 습격을 받아 나라가 비통에 잠겨 있는데, 동북아 평화와 한·중 우의를 강조해온 중국 정부가 무도한 도발의 유력 혐의자를 초대하고 환대하는 게 국제정치의 도리에 맞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네 차례의 방문은 ‘후견국가’인 중국과 유대를 다지고 경제지원을 끌어내는 데 초점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의 생각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2년 가까이 공전(空轉)시켜온 6자회담에 복귀할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그 대가로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을 돌아보면서 지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북한이 중국과 특수관계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실리를 얻는 것이 주목적인 셈이다. 중국도 지금까진 그의 의도에 맞장구를 치면서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의 중재자로서 역할과 위상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천안함 사건의 범인이 북한이라는 국제사회의 의심이 갈수록 깊어지는 민감한 시점이다. 후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천안함 유가족을 위로한다고 직접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민과 국제사회의 분노를 김정일에게 분명히 전해야 한다. 물론 김정일은 발뺌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천안함 사건의 범인이 최종적으로 밝혀졌을 때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아야 마땅하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주목적인 6자회담의 개최국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과 특수관계라는 점에만 집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묵인, 방조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처신은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많은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처럼 북한에 계속 말려들면 그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중국·북한과 한·미·일을 포함한 국제사회 사이에 새로운 냉전 대립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후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도록 강력하게 촉구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이 기왕 이뤄진 만큼 이번 외유(外遊)를 통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북핵이나 어뢰 도발로는 고립과 고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며 살 길은 오로지 개혁·개방이요, 남쪽과의 교류·협력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2001년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며 놀랐던 상하이(上海)를 다시 한번 가보라. 개벽한 천지가 또다시 개벽한 휘황찬란한 모습을 보라. 그리고 북한의 살 길을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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