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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콘서트 조영남 "인생이란 설명할 수 없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인구 몇백명의 섬나라가 있었대. 먹을 게 없어 국민이 모두 굶어죽게 된거야. 마지막 각료회의를 열었지. 누군가 비장한 목소리로 제안했어.

'미국이랑 전쟁하자. 독일이나 일본을 봐라. 미국과 전쟁해서 지고 나면 다 잘 살더라'고 하는 거야. 논의 끝에 3일 뒤 선전포고를 하기로 결정했지. 그런데 D-데이에 수상이 출근을 안하는 거야. 모두들 집에 가보니 자살했더래. 유서를 남기고. 유서에 뭐라고 쓴지 알아? '우리가 미국에 꼭 진다는 보장이 없다. 괴롭다'. 히히히."

지난 8일 저녁 가수 조영남(사진)씨를 만났다. 그는 이번 주말 '조영남 빅 콘서트'를 연다.

지난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열었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의 앙코르 공연이다.

테러와 그에 대한 미국의 보복 전쟁으로 지구촌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이다. 공연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예정됐던 공연이 취소되고 겨우 열린 공연도 흥행에 참패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그 역시 공연 성공에 대한 부담을 숨기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직전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라고 하더니 예의 어수룩한 말투로 섬나라 이야기를 했다. 박장대소. 그는 "미국에 꼭 진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렇지?"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뭐, 별거 없잖아. 잘 될거야'라는 '조영남식 낙관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실 난 공연 안 해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없거든. 그런데 왜 공연하겠다고 이렇게 걱정하는지 모르겠어."

모르기는. "실은 무대에 대한 욕심과 그 긴장감의 매력을 버리지 못하는 거죠?"라고 굳이 묻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투 그림 연작으로 유명한 화가, 가식없는 진행이 매력적인 방송인, 여러권의 책을 쓴 저술가, 그리고 한마디로 가수.

"잘 모르겠어. 왜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게 되는지. 노래도 그렇지만, 인생이란 꼭 그럴 듯하게 설명할 수는 없는 거잖아□"

성악을 전공한 그는 미8군 쇼무대에서 노래를 시작, 1968년 번안곡 '딜라일라'로 유명해진 후 '제비''화개장터'등을 통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히트곡과 함께 최근 내놓은 35주년 기념 앨범에 들어있는 '모란동백''딸 이야기'등 신곡을 들려준다. 12일 저녁 7시30분, 13일 오후 4.7시, 14일 오후 3.6시.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337-8474.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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