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pecial Knowledge <157> 국민연금의 모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8면

최근 통계청은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을 발표했다. 베이비붐 세대란 1955~1963년(현재 나이 47~55세)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는데 올해부터 퇴직이 시작됐다. 자신보다는 자식이나 부모를 더 챙기는 세대, 과연 그들은 어떻게 노후를 준비했을까. 정답은 국민연금이었다. 38.5%가 그렇게 답했다. 미우나 고우나 기댈 데는 국민연금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국민연금의 모든 것을 담았다.

신성식 정책사회선임기자

국민연금은 젊을 때 돈을 모았다가 노후에 타 쓰는 제도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소득의 일부를 모아뒀다가 노후 밑천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다. 19세기 말 독일이 처음 도입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로 확대됐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170여 개국이 연금제도를 갖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늦게 도입했다. 198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해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확대해 99년 도시 지역 자영업자에게 적용하면서 전국민 연금 시대를 열었다. 한국경제처럼 연금제도도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했다.

경북 의성군 다인면 산내리는 ‘연금마을’로 불린다. 23명이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데 60세가 넘는 주민의 절반이 넘는다. 연금을 받는 주민들이 연금이 나오는 통장을 들고 웃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제공]

Q 누가 가입하나.

A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 누구나 대상이 된다. 여기에 들면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싫다고 가입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보험은 본인이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라 그럴 수 없다. 2009년 12월 말 현재 1862만 명이 가입해 있다.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별정우체국 직원은 별도의 연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에 가입해 있고 그 배우자가 소득이 없으면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 남편이 국민연금 가입자이면 그의 배우자인 전업주부는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중단·실직·휴직 등의 사유로 소득이 없으면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 이런 대상자를 납부 예외자라고 한다. 지난해 말 현재 505만 명이다. 납부 예외자가 되면 연금 가입 기간이 줄어들어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연금이 줄어든다. 학생이나 군인도 납부 예외자다. 실직한 경우 연금공단에 반드시 신청해야 납부예외자가 될 수 있다.

Q 보험료는 얼마를 내는가.

A 연금 가입자는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뉜다. 1인 이상의 근로자가 있으면 사업장 가입자가 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지역 가입자가 된다. 지난해 말 현재 사업장 가입자는 98만 개 사업장 986만7000명, 지역 가입자는 868만 명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근로자 1인 이상을 둔 자영업자들이 사업장 가입자로 대거 전환해 지역가입자가 많이 줄었다.

사업장 가입자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근로자와 사업주가 반반씩 부담한다. 지역 가입자는 본인이 9%를 다 내야 한다. 지역 가입자는 본인이 신고하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긴다. 세금과 달리 기준이 되는 소득의 하한선(월 22만원)과 상한선(360만원)이 있다. 월 10만원을 벌어도 22만원으로 간주한다. 월급이 1000만원이라 하더라도 360만원으로 간주해 이의 9%인 32만4000원(직장인은 절반)을 보험료로 낸다. 7월부터 하한선은 23만원으로, 상한선은 368만원으로 바뀐다.

한국의 보험료율 9%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미국은 12.4%, 스웨덴은 18.9%, 독일은 19.9%이다.

Q 노후에 얼마를 받나.

A 노후연금은 본인이 낸 보험료, 납입 기간, 소득대체율에 따라 좌우된다. 생애평균소득(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의 월평균 소득)의 몇 퍼센트를 연금으로 받느냐를 따지는 게 소득대체율이다. 2010년 현재 소득대체율은 49%다. 예를 들어 40년 가입해 생애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매달 49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소득대체율은 1988~98년 70%, 99~2007년 60%, 2008년 50%로 계속 줄어왔고 앞으로도 매년 0.5%포인트 줄어 2028년이면 40%가 된다. 노후 연금을 계산할 때 가입 기간별 소득대체율을 따진다. 88년 연금에 가입해 2009년 연금을 탈 경우 88~98년은 70%, 99~2007년은 60%, 2008년은 50%로 나누어 계산한다.

지난해 1월 연금에 가입한 김연금(30·가명)씨의 예를 보자. 월소득(197만원)의 9%인 17만7300원(직장인은 절반만 부담)을 내고 20년 가입할 경우 노후에 월 41만6280원(현재 화폐가치 기준)의 연금을 받는다. 김씨가 20년간 연금을 받는다면 낸 돈(약 4255만원)의 2.3배(9991만원)를 받는다. 김씨의 월소득이 가장 낮은 22만원이라면 월 22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월소득이 360만원이라면 약 60만원을 받는다. 최저 소득인 사람은 낸 돈의 11.1배를, 최고 소득자는 1.8배를 받는다.

이렇게 수익비(연금총액/보험료총액)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소득재분배 기능 때문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고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저소득 가입자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 잘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돕도록 설계돼 있다. 사회보험제도의 고유한 특성이다. 그래도 최고 소득인 사람(360만원)은 10년 가입할 때 2배, 20,30년 가입할 때 1.8배를 받는다.

노후 연금은 만 60세에 도달하는 달부터 받기 시작한다. 2013년 61세로 늦춰지고 그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한다.

Q 민간보험회사가 파는 개인연금보다 못하다는데.

A 그렇지 않다. 월 12만원의 보험료를 20년 내고 65세부터 20년간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 총수령액이 개인연금의 2.7배에 달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연금을 올리지만 개인연금은 그렇지 않다. 국민연금은 과거 가입 기간의 소득을 현재 시점으로 재평가해 연금을 산출한다. 실제 소득이 반영되는 것이다. 개인연금은 일정 시점부터 연금을 얼마 지급하겠다고 확정해서 제시한다.

국민연금은 개인연금에 없는 장점이 많다. 보험료를 한 달이라도 납부하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Q 여러 가지 형태의 연금이 있다는데.

A 일반적으로 만 60세에 받는 연금이 노령연금이다. 10년 이상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대상자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만 60세에 이자를 얹어 일시금으로 받는다. 60세 이전에 받을 수 없다. 50대에 퇴직했을 경우 소득이 없으면 55세부터 앞당겨 받을 수 있는데 최고 30% 연금이 깎인다(조기노령연금). 이때도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워야 한다.

연금에 한 달이라도 가입했거나 10년 이상 가입한 사람, 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가족이 대신해 유족연금을 받는다. 사망자의 연금 가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무조건 기본액의 40%를 받는다. 10~20년이면 50%, 20년이 넘으면 60%를 받는다. 기본액이란 사망 당시 보험료를 20년 납입한 것으로 가정해 산정한 연금이다. 사망자 가족 중 배우자·자녀·부모·손자녀 순으로 유족연금 우선권이 있다. 자녀나 손자녀는 18세 미만이어야 한다.

가입 기간 중 질병이 완치됐거나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신체나 정신적으로 장애가 남았을 때는 장애연금을 받는다. 장애 정도(1~4급)에 따라 연금이 달라진다. 가입 기간이 10년이 안 되는 사람이 사망했거나 국외로 이주하면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다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받는다. 이를 반환일시금이라 한다.

Q 한 사람이 두 개의 연금을 받을 수 있나.

A 한 개만 받는 게 원칙이다. 가령 장애연금을 받던 사람이 60세가 돼 노령연금을 받을 권리가 생기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선택하지 않은 연금이 유족연금이거나 반환 일시금이면 일정액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가령 유족연금을 받다가 다른 종류의 연금을 받을 권리가 생겨 다른 연금을 선택했을 경우를 보자. 이때는 유족연금의 20%를 추가로 받는다.

Q 기금에는 문제가 없나.

A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의 영향을 받는다. 2047년께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07년 제도를 바꿔 2060년까지 별 탈이 없게 했다. 소득대체율을 낮춘 것이 개혁의 골자다. 예상대로 간다면 2060년이 오기 전에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 선진국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연금은 어느 나라나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진 경우가 드물다. 국가 부도 외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3월 말 현재 약 290조원의 기금이 적립돼 있다. 기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한다. 지난해 10.39%의 수익을 냈다. 88년 이후 지금까지 118조원의 운용 수익이 났다.

Q 연금을 더 받으려면.

A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는 추후에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노후에 연금을 많이 받으려면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살림이 나아졌을 때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면 가입기간을 회복할 수 있다.

과거에 수령한 일시금을 반납하면 가입기간을 되찾을 수 있다. 인천에 사는 강씨는 기존 가입기간이 7년 정도밖에 안 돼 연금을 탈 자격이 없었으나 그 전에 받았던 일시금을 반납해 10년을 채웠고 60세가 되면서 매달 60여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전업주부 등 소득이 없는 사람은 연금에 가입할 의무는 없지만 본인이 원하면 가입할 수도 있다. 또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가입자의 소득이 없는 배우자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