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체 병기 중한사전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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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손예철(50.사진) 교수의 연구실을 들어서면 사람이 아니라 육중한 카드 박스 장(欌)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여기에는 흔히 대학도서관에서 보는 작은 카드함 80여개가 박혀 있다.

이게 바로 지난 14년간 손교수가 중한사전(中韓事典) 만들기에 매진한 노력의 결정체다. 그런 결과가 10월 말~11월 초 동아출판사를 통해 대중 속으로 나온다. 한 개인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중한사전을 편찬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저도 일부 관여를 했습니다만, 1980년대 고려대에서 낸 중한사전 외에 솔직히 쓸 만한 사전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낸 것은 '고대판' 의 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제 나름대로 새로운 체제로 꾸민 것입니다. "

이번에 손교수가 내는 '동아 프라임 중한사전' 은 중(中)사전 규모다. 신 4×6판 3천1백 쪽 내외로 표제자(標題字) 2만자가 들어있다. 이미 대사전(大辭典) 분량을 출판사에 넘겼는데, 중사전을 먼저 낸 뒤 2003년까지 콘사이스-소사전-대사전 순으로 네 종류를 낼 계획이다.

"제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표제자 가운데 대표 글자 이외의 다른 자체(字體)의 글자들을 나란히 병기하고 그 각 글자들의 내원(來源)을 밝힌 것입니다. 각 글자의 상단 앞쪽에 본자(本字).속자(俗字).고자(古字).혹체자(或體字).간체자(簡體字).동자(同字) 등으로 나누어 표시했습니다. "

이처럼 한 글자의 다양한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고문(古文) 등의 독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손교수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표제자에 우리말 훈독(訓讀.뜻 풀이와 독음)을 덧붙여 종래의 옥편(玉篇) 기능을 겸할 수 있게 했다.

손교수가 웬만한 연구소도 힘든 사전 편찬 작업을 독자적으로 한 것은 '문화의 핵심은 학문' 이라는 자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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