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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요건 완화, 그 효과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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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과 뉴욕에 자사주(自社株)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상장.등록업체들이 스스로 자사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해달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점차 늘어나는데다 자사주 취득요건도 대폭 완화돼 자사주 매입 기업이 급증할 전망이다.

◇ 늘어나는 자사주 취득 결의 기업=18일 하루동안 자사주 취득을 결의한 업체는 모두 8개사. 한빛증권.에스티엑스.한국단자공업 등 상장업체 세곳과 네티션닷컴.에스아이테크.지엠피.디에스아이.마스타테크론 등 코스닥 등록업체 5개사가 포함됐다.

1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결정한 에스티엑스는 이날 공시에서 "미국 테러사태로 인해 주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은 자사주를 매입하려면 이사회에서 취득 결의를 한 뒤 매입 전날 신고서를 제출하고, 전날 종가보다 높게 동시호가 때만 살 수 있었다. 게다가 하루에 살 수 있는 물량도 발행 주식의 1%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사주 취득결의를 한 이후 일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장중에 자사주를 얼마든지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증시에서는 자사주 취득을 결의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 자사주 매입결의를 한 업체 중 한국단자공업과 마스타테크론을 제외한 6개사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중 한빛증권은 최근 6주 동안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자사주 취득에 대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

◇ 자사주 취득 요구=최근들어 주가가 폭락하자 자사주 취득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서는 자사주 취득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고, 일부 주주들은 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사주 취득을 요구할 정도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많이 모은 업체일수록 자사주 취득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기업의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이 들면 대주주와 업체는 과감하게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 며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이 단순히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별 효과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예상되는 부작용=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면 주가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감독당국은 회사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해 매입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또 회사가 생산 판매 등 본연의 업무보다는 주가관리에 치중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뉴욕에서도 자사주 매입=나흘간의 휴장끝에 17일 개장한 뉴욕증시도 자사주 매입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이날 개장과 동시에 20억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인텔.스타벅스.시스코 시스템스 등이 수십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시스코 시스템스는 모두 30억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일 계획이다.

이희성.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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