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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정통부에서 날리는 IT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정보통신부에서 2년간 일하게 됐다고 했더니 물정을 잘모르는 아내가 '검사가 왜 우체국 일을 해야 하느냐' 고 볼멘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 누구보다 강력한 후원자가 됐어요. "

지난해 7월부터 정통부에 정보통신 법률자문관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는 이건태(36)검사. '정통부 파견검사 1호' 인 그는 부처 내에서 '사이버 테러 터미네이터' 'IT 자문변호사' 'IT 전도사' 등 여러가지 애칭을 얻었다.

"IT 문제를 다루면서 가정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화제의 중심이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바뀌면서 두 자녀와 아내 등 가족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기 때문입니다. "

정통부에서 그가 하는 역할은 IT 관련법의 초안 작성, 문제점 지적 및 대안 제시, 국회 토론 참여 등 다양하다. 그동안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전면 개정에 관여했다.

당초 IT라면 컴퓨터범죄 정도만 연상했던 그는 이런 일을 하면서 베테랑 IT 담당검사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는 올 초 3개월간(매주 9시간) 받은 IT 교육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IT 월간지인 '정보보호21' 에 글을 쓰는 IT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이다. 인터넷에서의 심각한 음란.폭력현장을 직접 겪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낯뜨거운 인터넷 화상채팅도 마다하지 않는다.

李검사는 "해외의 IT 관련회의에 세차례 참석하며 인터넷 분야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인터넷의 개인정보 보호에는 크게 뒤떨어졌다는 것을 절감했다" 며 "인터넷의 안정성을 위한 법체계 구축과 기술개발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주로 특수부와 공안부에서 일했던 그는 "내년에 검사로 복귀하면 법무행정에 IT 정책을 접목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고 싶다" 며 "관련 학회 참석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IT와의 연결고리를 끊지 않겠다" 고 다짐했다. 李검사는 광주일고.고려대 법대를 나와 1993년 검사로 임용됐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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