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의 ‘투사’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 염호 얘기를 처음 들은 건 2년 전쯤이다. 광물자원공사 컨소시엄이 볼리비아 코로코로 구리광산 개발권을 따냈던 무렵이다. 이는 한국이 해외에서 독자적으로 광산 개발권을 따낸 첫 사례였다. 사실, 볼리비아는 한국이 찾아낸 땅이다. 원래 해외 자원 개발은 다국적 광물회사와 자원국들끼리 노는 ‘클럽 비즈니스’다. 이렇게 끼리끼리 노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 ‘광산맨’들이 막무가내로 찾아간 곳이 볼리비아였다. 이곳은 광물자원 국유화로 ‘클럽 비즈니스맨’이 접근하지 않은 땅이었다. 볼리비아는 이들의 얘기를 들었고, 구리광산 공동 개발을 논의했다. 한데 밥상이 차려질 무렵 이 소식을 들은 중국과 일본이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후 반년이 넘게 삼국이 피만 안 흘리는 전투를 벌였다. 어쨌든 우리의 승리. 이때의 감격으로 나는 컴패션을 통해 볼리비아 어린이를 후원한다. 볼리비아에 대한 개인적인 우정의 세리모니다.

이 전투가 끝나갈 무렵, 광물공사의 관계자가 이 염호 얘기를 꺼냈다. “볼리비아엔 리튬 염호가 있어요. 그걸 우리가 해야 하는데….” 전투 와중에 볼리비아에 들락거리며 알아낸 신천지였다. 하지만 당시엔 지식경제부가 코로코로 소식을 ‘차관이 조인식에 참석했다’는 동정 자료로 취급하는 등, 몇 가지 처리 과정에 언짢은 일이 있어 이 염호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다. “공이야 누가 가져가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광산을 따낸 게 중요하지.” 전투를 치러낸 그들은 쿨했고, 구경꾼인 기자만 옹졸하게 열을 받았었다. 그때 그들은 이 염호 공략을 궁리했다.

그 후, 그들은 이 염호로 일을 만들었고, 이제 사업권자를 가리는 마지막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 요즘 이 염호가 화제가 된 건 이상득 의원의 자원외교 성과물로 홍보되면서다. 한 광산맨은 말했다. “일본은 기술과 돈으로 덤비는데 우리는 돈이 없으니 기술과 외교력과 진정성으로 이길 겁니다. 이 의원이 외교에서 큰 역할을 하셨지요. 덕분에 우유니가 알려졌으니 고마운 일이죠.” 그들은 이미 ‘공은 이 의원에게, 염호만 우리에게’라는 태도다.

듣고 보니 이 의원도 고맙다. 그런데도 욕심을 하나 부린다. 우리에겐 없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보이지 않는 전투를 치러내는 무명의 ‘전사’들이 우유니 전투의 처음과 끝에 있음을 독자 여러분도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거다. ‘우유니 승전보’를 함께 기원하면서 말이다.

양선희 위크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