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 제소는 정치적 고려…은행세 도입, 좋은 방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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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현재 미국의 금융개혁은 어느 정도 정치적 측면이 있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프레스콧(70·사진) 미 애리조나대 교수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금융개혁에 대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2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0년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은행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은 잘 작동하지 않는 만큼 은행세는 좋은 방안이 아니다”고 했다. 골드먼삭스에 대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소도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봤다. 그런 만큼 사회적으로 새로운 이익이나 혜택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금융개혁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개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 예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들었다. 1980년대 후반 정치가들이 주택 소유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프레디 맥 같은 국책모기지 기관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을 갖게 됐고, 그게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금융 규제가 거품을 만들고 금융위기로 이어지며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위기와 최근의 골드먼삭스 사태와 관련해 “일부 사람이 도박을 하고 다른 사람이 돈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 당시 직면했던 문제는 누가 도박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불투명성에도 있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먼삭스 사태를 불러온 부채담보부증권(CDO)도 불확실한 금융 규제의 탓이 큰 만큼 금융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통화당국을 비롯한 개별 기관과 제도가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나 규제가 뒤섞여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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