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다섯번째 12승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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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해 8월 25일(한국시간) 박찬호(28.LA 다저스)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때려내며 기분 좋게 승리를 거뒀다. 시즌 13승째였다. 그리고 순풍에 돛을 단 듯 쾌속질주, 자신의 시즌 최다승인 18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꼭 1년이 지난 25일 오전 8시35분. 박찬호는 시즌 12승에 다섯번째로 도전한다. 7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네번의 좌절 끝에 나서는 재도전이다. 8월 들어 아직 승리가 없기에 1승이 절실하다. 상대는 '1990년대의 팀' 으로 불리는 강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게다가 원정경기, 더구나 상대선발은 사이영상 2회 수상에다 다섯번이나 시즌 20승을 거둔 '표정없는 여우' 톰 글래빈(35)이다.

글래빈은 감정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타자와 포수 미트만을 노려보며 던진다. 통산 2백19승을 올린 베테랑. 광대뼈가 드러난 얼굴에서 표정없이 껌을 씹어대며 타자를 요리해나가는 모습은 '킬러' 의 그것을 연상시킬 정도다.

글래빈에 비해 박찬호는 '애송이' 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얻게 되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피곤해 보인다. 최근 1승3패로 부진한 팀 내 분위기도 썩 좋지 않다. 이처럼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이 박찬호의 주변을 휘감고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이 늪을 헤쳐나가야 찬란한 빛의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연봉협상에 대한 잡음도, '특급투수로는 아직' 이라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도 물리칠 수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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