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챔피언십] 댈리 "10년전 영광 다시한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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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우승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1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챔피언십은 더부룩한 머리의 무명 신인 존 댈리(35.미국)의 잔치였다.

당시 25세의 풋내기였던 댈리는 대기선수로 간신히 출전권을 획득, 연습라운드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만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우승했다.

그러나 댈리는 이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승부의 긴박감을 술로 달래는 알콜중독자가 됐고, 95년 브리티시오픈을 차지했지만 술을 먹고 주먹을 휘둘러 첫 부인과 이혼했다.

경기 도중 성적이 나쁘다며 대회를 포기, PGA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광고주와의 계약이 깨지는 '필드의 말썽꾸러기' 였다. 또 퍼팅이 안되면 자동차 머플러에 퍼터를 매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기행으로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런 댈리가 자신을 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은 PGA챔피언십을 통해 부활을 꿈꾼다. 댈리의 재기는 세번째 부인 셰리를 만나면서였다. 만난 지 4년 만인 올여름 결혼에 골인한 댈리는 술도 끊고 양자도 받아들였다.

대선배인 퍼지 젤러의 도움도 컸다. 아칸소의 한 시골에서 썩고 있던 댈리를 발탁했던 젤러는 꾸준히 희망을 줬고 댈리는 집에 연습장을 만들고 샷을 가다듬었다.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 12차례 컷오프를 통과하며 서서히 실력을 되찾았다. 댈리의 드라이버샷은 평균 2백72m로 올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애틀랜타 어슬레틱골프장 하이랜즈코스는 장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모두가 두려워 하는 18번홀(파4.4백41m)에서도 댈리는 5번 아이언으로 세컨드샷을 날릴 수 있다.

"술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다" 는 댈리는 개막 전날 연습라운드에서 술병 대신 담배를 피워 문 채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10년 만의 패권탈환 의지를 보였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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