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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야외 연주는 '일석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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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미국 교향악단들은 정규 시즌이 끝나는 여름철이 되면 무엇을 하며 지낼까.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여름만 되면 '실업자' 신세가 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 전선에 나서야 했지만, 요즘엔 1~2개월 동안의 여름 시즌 때문에 연중 무휴로 바쁘다. 휴양지에서 연주도 하고 피서도 즐긴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세브란스홀→블러섬 뮤직센터), 보스턴 심포니(보스턴 심포니 홀→탱글우드 페스티벌), LA필하모닉(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할리우드 볼), 시카고 심포니(시카고 심포니 센터→라비니아 토니 베넷 파빌리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아카데미 오브 뮤직→만 뮤직센터)…. 여름철 야외무대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미국 교향악단들이다.

미국 교향악단 중 여름 시즌을 맨 먼저 시작한 것은 LA필하모닉. 1922년부터 1만8천명을 수용하는 할리우드 볼 무대에 서왔다. 이밖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30년), 시카고 심포니(36년), 보스턴 심포니(37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68년) 등이 뒤를 이었다.

뉴욕 필하모닉도 최근 숙원을 이루게 돼 꿈에 부풀어 있다. 초대형 야외 공연의 효시가 된 69년 8월의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이 열렸던 뉴욕주 베델에 상설 야외 공연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북쪽으로 80마일 떨어진 언덕에 위치한 이 무대의 총예산은 4천만달러(약 5백억원). 케이블TV 사업으로 돈을 번 앨런 게리(71)가 설립한 게리 재단이 1천6백만달러, 뉴욕주가 1천5백만달러를 냈고 나머지는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뉴욕주 지원금은 도로.수도.전기 등 인프라 시설 확충에 사용된다.

2004년 7월 개관 예정인 게리 센터는 4천석 규모로 창고형 출입문을 열면 잔디밭에 1만5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클래식.재즈.록 등 음악 뿐 아니라 연극.무용 공연도 가능한 공연장 옆에는 공연예술 아카데미, 음악체험 박물관, 숙박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적잖은 뉴욕 관객을 끌어왔던 보스턴 심포니의 탱글우드 음악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필은 이제까지 여름 시즌엔 해외 순회공연을 다녀오거나 센트럴 파크 등 뉴욕 시내 공원에서 무료 야외 콘서트를 벌여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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